북한의 개성 남북 연락사무소 폭파로 문재인 정부가 3년간 공들여온 남북관계가 파탄 위기를 맞았다. 북한이 최근 막말폭탄을 쏟아내고 이에 우리 정부가 날선 반격에 나서면서 긴장감이 연일 고조되고 있다.
북한의 공격적 조치는 대북단체의 전단이 촉매제가 됐지만 지난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때부터 예견된 수순이라는 분석이 많다. 경제제재로 위기에 몰린 북한이 대화 여지를 완전히 닫아놓진 않은 만큼 우리 정부가 차분한 자세를 유지하며 장기적·이성적 대응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동엽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18일 “하노이 노딜(No-Deal) 사건이 터진 지난해 4월부터 (도발 일정을) 잡고 있었을 것”이라며 “제 갈길을 가겠다는 계산이 이미 작년 연말 다 섰고, 언제 터뜨릴까 하다가 삐라(대북전단)를 명분으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북한은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간 것”이라며 “우리 정부의 대응을 보며 약간의 속도·수위 조절을 할 수 있을지언정 되돌릴 수는 없는 길이다. (남북경색 국면이)상당히 장기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군사재배치 등 도발 수위를 높여가는 만큼 당분간 남북 간 경색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화 여지를 완전히 차단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시각적 효과가 큰 연락사무소 폭파를 통해 우리나라와 미국 등 국제사회의 반응을 살핀 뒤 추가 도발 여부를 저울질 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특집기사를 통해 김여정 제1부부장의 담화와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접한 각계 반향을 전하면서도 청와대와 우리 정부의 격앙된 반응에 대해선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또 김선경 북한 외무성 유럽 담당 부상 명의를 통해 EU를 맹비난하면서도 “공정성과 객관성의 보편적 원칙에 기초해 국제관계 문제들을 정확히 판별하고 다뤄나가는 것이 EU가 국제무대에서 하나의 독자적인 극으로 되려는 구상을 실현할 수 있는 선결 조건”이라고 국제사회를 향해 다소 여지를 둔 메시지를 내놨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 조선신보 역시 “금후 조선의 연속적인 대적 행동 조치들의 강도와 결행 시기는 남조선 당국의 처신, 처사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숨고르기에 나섰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YTN과 인터뷰에서 “북한이 여지가 없었다면 레드라인을 넘었어야 된다”며 “다시 말해 ICBM을 쏘든가 추가 핵실험을 하든가 행동으로 옮겼어야 되는데 아직까지 그 수준을 절제하는 수준을 나름 유지하며 상황관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지금 상황에 일희일비 하지 말고 단호·담대하게 대처하면서도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며 “(미국과 별도로)우리 스스로 할 수 있는 선제 조치들을 탁 치고 나가면 북한이 다음 조치(도발)들을 치고 나가려 해도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북전단(규제조치)은 당연히 해야될 것이고, 예를들어 4.27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 동의 등 선제적 조치들을 툭툭 던지면 북한도 멈칫멈칫 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정부에 꼭 대단한 이벤트를 해야된다는 성과주의에서 벗어나 긴 호흡을 가지고 이끌어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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