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북간 소통의 물꼬를 터 줄 ‘최대 카드’인 특사 파견도 거부하면서, 정부는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대북 문제를 풀어낼 후속 조치를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마땅한 방법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는 모습이다.
18일 정부 당국 등에 따르면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은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대북특사로 제의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를 매몰차게 거부했다. 대북특사 제안이 물밑에서 비공개로 조율된다는 점에도 북한은 이를 수면위로 끄집어 내 공개하는 등 최대의 외교적 결레를 범하며 거부의 뜻을 강하게 시사했다.
북한은 대북특사 제의를 “서 푼짜리 광대극” “불순한 제의” “참망한 판단과 저돌적인 제안에 불쾌하다” 등으로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대남 비난의 공세가 높아져가는 등 북한의 심상치 않은 동향을 감지해 온 정부가 어렵게 꺼낸 대북특사 카드는 최대의 ‘외교적’ 카드로 꼽힌다. 대북특사단은 남북관계 부침을 겪으며 어려울 때마다 효과를 발휘해왔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는 두 차례나 특사단이 북한을 방문해 남북 정상의 만남을 비롯해 북미정상회담을 견인했다.
하지만 북한이 특사 카드를 걷어차면서, 정부의 물밑 접촉 노력도 수포로 돌아간 셈이됐다.
정부가 특사를 제안한 시점이 15일이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가 16일에 이뤄진 점을 볼 때 시점상으로도 북한이 당분간 대화 단절을 선언한 것으로 보여지면서 정부의 후속 대응 조치도 뾰족한 수가 없는 듯하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연락사무소 폭파 다음날 이어진 담화 ‘말폭탄’에 대해 강경 대응을 선언하면서 한동안 남북간 직접적인 ‘강대강’ 대결 구도가 격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남북 대치는 우선적으로 접경지역에서 표면화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군 총참모부가 ‘1호전투 근무체계’를 선언하며 전방 지역에서는 인민군 부대가 철갑모(방탄모)를 쓰고 무장한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우리 군 역시 강경 대응 의지를 밝히며 군사대비태세를 강화했다.
일각에선 접경지역의 군사적 분쟁 움직임이 남북간 회담으로 이어질 지 주목하고 있다. 지난 2015년 8월 목함지뢰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북한은 ‘전쟁 불사’ 협박에 나서다 돌연 고위급회담을 제안했다.
북한은 당시 남북 고위급회담 이전까지 조선인민군 전선사령부 공개경고장 등을 통해 “전 전선에서 정의의 군사행동이 전면적으로 개시될 것이며 이는 무차별적인 타격전이 될 것”이라고 강도 높게 위협했다.
또한 당시에도 북한은 전선사령부의 공개경고장이 ‘위임에 따라’ 나온 것이라고 밝히며 김정은 현 국무위원장의 의중이 담겨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한편 북한의 ‘1호전투 근무체계’는 북한이 2013년 3차 핵실험 직후 핵전쟁 불사와 정전협정 백지화 등 대남·대미 총공세에 나서면서 북한군 최고사령부 명의로 하달한 ‘1호전투 근무태세’와 같은 개념으로 보인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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