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남 강경 행보 및 위협 국면이 2주째 이어지는 가운데 한미가 대북 사안을 놓고 의견 합치를 위해 외교적 소통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한미의 미묘한 ‘톤’ 차이로 인해 완전히 일치된 의견을 모으기 쉽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북한이 대남 강경 행보를 위해 들고 나선 사안들에 대한 의견 차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지난 17일 워싱턴DC를 방문한 것이 확인됐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와의 만남을 위해서다.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는 지난 4일부터 이어진 북한의 대남 강공 행보 국면에서 이뤄진 것이다. 다만 모든 일정이 철저히 비공개로 이뤄진 것은 다소 이례적인 측면이 있다.
이 본부장도 덜레스 공항에서 만난 취재진에게 방미 목적에 대해 “지금은 말하면 안 된다”라고 명시적으로 비공개 행보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같은 한미의 비공개 행보는 북한이 표면적으로는 이번 사안을 철저히 대남 사안으로 한정해 들고 나왔다는 점을 이유로도 들 수 있다.
북한은 대북 전단(삐라) 문제를 들어 개성공단의 철거, 남북 연락사무소의 폐쇄, 남북 군사합의 파기 등을 거론했다. 이 사안들은 미국의 개입이 어렵거나, 미국이 개입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안들로 평가되고 있다.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가 한국의 방미를 통해 이뤄진 것도 협의에 대한 양국의 ‘니즈’의 차이 때문인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개성공단의 경우 일부 북한 전문가들은 미국이 ‘없는 것이 낫다’라는 입장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개성공단에 들어가는 우리 측 자금이 북한의 통치 혹은 핵무기 및 미사일 개발 자금으로 전용될 소지가 높다는 차원에서다.
미국은 북한의 강경 행보에 대해 “실망했다”라는 외교적 입장을 국무부를 통해 발표했지만 가장 중요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일련의 대북 사안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는 점도 이 같은 속내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다.
남북 군사합의의 경우도 지난 2018년 합의가 체결됐을 당시 미국이 ‘분개’했다는 이야기가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심도 있는 상의 없이 남북 간 체결된 군사합의에 대해 화를 냈다는 보도가 크게 부각된 바 있다.
따라서 북한이 군사합의를 파기한다면 미국은 오히려 방관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북한의 대남 군사 위협 증가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사드 미사일 등 미국의 영향력을 높아지게 만들 수밖에 없는 요인이 된다.
북한의 행보에 따라 대북 제재를 대하는 한미의 입장도 변화가 예상된다.
북한이 공언한 대로 개성공단과 금강산에 군부대가 재진출 한다면 이는 두 지역에 대한 대북 제재 완화 혹은 해제 논의의 필요성이 사라지는 것과도 같다.
한미는 북미 비핵화 협상의 진척에 따라 남북 간 발생하는 교류협력 사안의 대북 제재 완화 및 해제 논의를 위한 한미 워킹그룹을 만들어 가동 중인데, 이 실무그룹에 대한 양측의 온도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은 일단 ‘밀고 당기기’ 전략을 구사하는 모양새다. 아직 본격적인 군부대의 진출 동향은 보이지 않고 있다.
대신 지난 17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에서 “북남 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상전이 강박하는 ‘한미 실무그룹’이라는 것을 덥석 받아 물고 사사건건 북남관계의 모든 문제를 백악관에 섬겨바쳐온 것이 오늘의 참혹한 후과로 되돌아왔다”라고 비난했다.
이는 우리 측에 미국과의 관계를 일정 부분 닫고 남북 양자 간의 문제로 이번 사안을 대하게 만들려는 의도가 보이는 부분이다.
정부가 북한의 연이은 대남 총공세 기조에 일단 ‘강경 대응’으로 선회했지만, 궁극적으로 대화를 닫을 수는 없다는 점에서 이 같이 북한이 내건 ‘조건’을 완전히 무시하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은 최근 제3국 및 개인, 기업에 대한 다양한 제재를 담은 북한 관련 행정명령의 효력을 연장시켰다. 대북 제재 문제에 있어서는 영향력을 조금도 낮출 마음이 없다는 의사를 재확인한 셈이다.
이도훈 본부장은 이번 방미를 통해 북한의 최근 행보에 대한 한미의 입장을 정리하고 향후 대응에 대해서도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미가 딱 떨어지는 결론을 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한미가 이번 북핵 수석대표 협의의 결과를 상세히 공개할지 여부에 따라 한미의 의견 일치, 혹은 논의의 수준도 해석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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