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군사 압박카드에 韓 신중모드… 연합훈련 놓고 마찰 빚을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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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위기]美국방당국자 “韓과 훈련 재개 논의”
美 전직 고위 군인사-의회 등 “전략자산 전개-훈련 재개” 요구
한국군 안팎 “섣부른 맞대응 경계”… 향후 北 움직임 따라 좌우될 듯
정경두-에스퍼 25일 전화회담

주한미군, 남북 접경지역서 훈련 9일
 오후 경기 연천군 남북 접경지역 인근에서 훈련 중인 주한미군 포병의 레이더가 설치돼 있다. 미 국방부가 18일(현지 시간)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8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이 예정대로 열릴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연천=뉴스1
주한미군, 남북 접경지역서 훈련 9일 오후 경기 연천군 남북 접경지역 인근에서 훈련 중인 주한미군 포병의 레이더가 설치돼 있다. 미 국방부가 18일(현지 시간)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8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이 예정대로 열릴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연천=뉴스1
미국 국방부 고위 당국자가 18일(현지 시간)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자산의 전개 및 한미연합 군사훈련 재개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은 북한의 군사적 도발 시 한미 양국이 이에 강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경고 메시지를 담고 있다.

데이비드 헬비 미국 국방부 인도태평양안보 담당 차관보 대행은 이날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 언론들과의 전화 간담회에서 ‘전략자산의 전개 및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의에 즉답을 피하면서도 “효과적인 억지력과 방위 능력을 보장하기 위해 한국과 지속적으로 이야기하는 것들 중 하나”라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모두발언에서는 특정 국가를 거론하지는 않은 채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위해 우리의 군사적 훈련 규모와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략자산의 전개와 한미연합 군사훈련 재개는 최근 워싱턴의 전직 고위 군 인사들과 싱크탱크, 의회에서 쏟아져 나온 요구이기도 하다. 특히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2018년 이후 중단된 B-2, B-52 등의 폭격기와 F-35 전투기, 항공모함, 핵잠수함 같은 전략자산 전개를 재개해야 한다고 구체적인 대상을 거론했다. 북한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전략자산들로 목표를 정밀 폭격하거나 초토화시킬 수 있는 압도적인 위력을 갖췄다.

또 헬비 차관보 대행은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라는 목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도 북한에는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FFVD는 미국 정부의 목표이자 인도태평양 지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 의해 공유되고 있는 목표”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가치를 공유하는 국제사회의 파트너들과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이행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며 대북제재도 언급했다.

한국 군 당국의 접근은 이에 비해 훨씬 신중하다. 17일 북한 총참모부의 군사행동 예고 등 대남 위협 수위를 끌어올리던 북한이 ‘숨고르기’ 양상을 보이는 상황에서 섣부른 맞대응은 북한의 위협 수위를 다시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군 안팎에서 제기된다. 군 관계자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을 필두로 한 북한의 위협이 남한에 집중된 상황에서 한미 간 대북 압박 기조에 온도차가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군은 북한의 육해공 도발 시나리오 20여 개에 대한 방어적 차원의 군별·제대별 대응태세를 집중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의 미묘한 입장 차이는 8월로 예정된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시행 여부 및 규모 등을 놓고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도 남북 간 군사적 긴장감이 급격히 높아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기류가 감지되는 만큼 향후 대응 수위는 북한의 움직임에 따라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이르면 25일 예정된 전화 회담에서 이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응태세를 강조한 펜타곤과는 별개로 국무부는 중국을 움직여 북한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끌어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하와이에서 진행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양제츠 중국 외교 담당 정치국원 간 고위급 외교회담이 끝난 이후 기자들과 가진 전화 간담회에서 “중국과의 협력에 관해 북한은 명백히 가능성이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이 이 문제에 협력한다면 북한은 그 중요성을 이해하고 협상 테이블로 돌아와 핵 프로그램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신규진 기자
#주한미군#한미 연합훈련#북한#남북관계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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