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장관 손사래치는 與 인사들…“적임자 아냐” “독이 든 성배”

  • 뉴시스
  • 입력 2020년 6월 20일 16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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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석이 된 통일부 장관 자리를 중량감과 추진력을 갖춘 중진 정치인에게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권에서 커지고 있으나 정작 당사자들은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대북정책 자체가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 영역에 속하는 데다가 최근 남북관계가 급격히 경색되면서 잘해봐야 본전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남북관계 악화에 따른 책임을 지고 물러난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의 후임으로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과 우상호 의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거론된다. 정권 후반기 잔뜩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풀어내려면 대통령의 대북정책 철학을 잘 이해하는 동시에 정무적 감각도 갖춘 여권 실세가 통일부를 이끌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정작 하마평에 오른 당사자나 관계자들은 손사래를 친다. 아직 제안받은 바도 없고 본인이 적임자도 아니며 이제 21대 국회 시작인데 당에서 할 일이 많다는 것이다.

20대 국회에서 민주당 1기 원내대표를 지냈고, 문재인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 하마평에 꾸준히 올랐던 우 의원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시점의 문제일 뿐 외교안보 라인 교체는 불가피하다”고 하면서도 “나는 적임자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임 전 실장의 경우 2018년 판문점·평양 남북 정상회담 준비를 총괄,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이 높게 평가되면서 늘 통일부 장관 후보군에 들었다. 그러나 임 전 실장 측 역시 통화에서 “제안받은 바 없다”면서 “마땅한 적임자도 아니라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 의원의 경우 20대 국회 4기 원내대표로서 패스트트랙 국면에서 협상력과 리더십이 검증됐고, 남북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당에서 해야 할 역할이 많다”는 의견이 주변에 적지 않고 남북 관계도 최악인 국면이어서 본인이 하마평에 오르는 상황을 난감해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여권에서는 통일부 장관 자리에 대해 ‘독이 든 성배’라는 말들을 한다. 남북 관계라는 게 워낙 예측 불가능성이 큰 데다가, 책임만큼의 권한이 주어지지 않는 탓이다. 남북 관계 전면에는 통상 대통령과 청와대가 나서기 때문에 성과가 아무리 좋아도 통일부 장관은 주목받기 힘든 구조다.

게다가 최근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일방적으로 폭파하는 등 관계가 급격하게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 돌파구 마련이 막막한 형국이다. 북한을 달랜다고 풀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결정적으로 미국을 설득하는 게 관건이다. 이런 조건들 때문에 단지 의욕만으로 섣불리 나섰다가는, 특히 정치인의 경우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독이 든 성배’를 넘어 ‘독이 든 독배’가 될 거라는 말까지 나온다.

여권의 한 인사는 “통일부 장관은 현재로서는 누가 가든지 굉장히 어려운 자리가 될 것”이라며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자신의 모든 걸 던지겠다는 각오를 하고 가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통일부 장관의 권한을 확대하고 실권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 연장선에서 부총리 겸직으로 승격해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통일원(통일부의 전신) 시절인 1990~1998년에는 장관이 부총리를 겸직했다.

이석현 전 의원은 지난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통일부는 외교부와 안보실의 뒷전에서 대미 관계의 종속변수로만 작동했다”며 “통일부 장관을 부총리로 승격하고 더 많은 재량을 주어야 한다. 재량에서 능력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박지원 단국대 석좌교수는 지난 17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오찬에서 “통일부 장관의 상대가 김여정 제1부부장이지만 북한의 2인자이니 무게가 있는 분을 부총리 겸 통일부 장관으로 임명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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