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의 참고인 조사 배당을 둘러싼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범여권 인사들이 연일 윤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보수야권과 검찰은 여권의 윤 총장 찍어내기가 본격화됐다고 보고 ‘윤 총장 지키기’ 모드로 각을 세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 공동대표를 지낸 우희종 서울대 교수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총장을 윤석열 씨라고 지칭하며 “이번 총선에서 집권당이 과반을 넘는 일방적 결과는 윤 씨에게 빨리 거취를 정하라는 국민 목소리”라며 사퇴를 압박했다. 우 교수는 “눈치가 없는 것인지, 불필요한 자존심인지 뻔한 상황”이라며 “이제 어찌할 거냐”고 물었다. 전날(19일)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은 “나라면 물러나겠다”며 “임기 보장과 상관없이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이 이렇게 일어나면 물러나는 것이 상책”이라고 했다.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도 20일 페이스북에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해 “검사들의 모의 위증교사 사건”이라며 “(재소자들이) 위증을 하도록 검사들이 교사하고 집체훈련을 실시해 유죄 판결을 이끌어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울산시장 선거 개입 ‘조작 시도’ 사건”이라고 명명한 뒤 사건 담당 검사의 실명을 거론하며 “선거 개입을 억지로 끼워 맞추려고 지금도 애쓰는 중으로 검사에 대한 감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여야 간 검찰청법 개정안 발의 경쟁도 이어질 예정이다. 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검찰총장 업무권한에서 감찰업무를 제외시키는 내용을 담은 ‘검찰청법 개정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신 의원은 19일 라디오에서 “감찰부가 독립적으로 업무수행을 하도록 한 대검 훈령과 검찰총장에게 지휘감독권을 준 검찰청법이 충돌하는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가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맞서 미래통합당은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내용의 검찰청법 개정안을 22일 발의하기로 했다.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관여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통합당 의원 50여 명이 개정안에 서명했다.
통합당은 20일 논평에서 “‘권력의 눈치를 보지 말라’고 임명한 윤 총장에게 정부 여당은 ‘권력의 눈치를 보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며 “177석, 감당할 수 없는 권력에 도취돼 있다”고 주장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 제거 시나리오가 가시화되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윤 총장을 신임하든지 해임하든지 결정하라”고 주장했다. 원 지사는 “대통령의 침묵은 시나리오의 묵인인가, 지시인가”라며 “내 편 아니면 모두 적이라는 잔인한 공격성으로 국가의 공공성을 유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여권의 압박에 대해 정면 대응은 삼가면서도 “임기가 정해져 있는 검찰총장을 거대 여당이 흔들고 있다”며 부글부글하는 분위기다. 한 검찰 관계자는 “여당에서 총장의 거취를 거론하는 건 ‘살아있는 권력’도 비리가 있으면 수사하라던 대통령의 말과도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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