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략사령부가 20일(현지 시간) 유사시 핵전쟁을 진두지휘하는 공중지휘통제기 E-4B(나이트워치)의 훈련 장면을 전격 공개하자 외교가에선 이런 평가가 나왔다. 북한이 ‘서울 불바다’까지 거론한 대남 공세는 물론이고 미국을 겨냥한 핵 공격 가능성까지 꺼내들자 미국이 평양에 ‘더 이상 선을 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 핵으로 공격하면 ‘최후의 심판’ 핵 보복 경고
핵전쟁 시 공중에서 전략핵잠수함과 전략폭격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전군의 핵무기에 직접 공격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지휘통제 기능을 갖춘 E-4B는 ‘심판의 날 항공기(doomsday plane)’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그야말로 핵전쟁이라는 상황에 맞춘 미국의 핵 자산. 공식 명칭 자체가 국가공중작전센터(NAOC·National Airborne Operations Center)일 정도로 ‘하늘의 펜타곤(국방부)’이라고도 불린다. 군 당국자는 “북한을 압도하는 핵전력을 보유한 미국을 핵으로 공격하는 즉시 성경 속에 등장하는 최후의 심판과도 같은 가공할 핵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E-4B 기체 안팎에는 핵폭발 시 발생하는 전자기펄스(EMP)에도 전자장비를 보호할 수 있는 방어 시스템을 갖췄다. 공중 급유를 받으면서 72시간 이상 하늘에서 깊은 바닷속의 핵잠수함을 비롯해 전 세계 어느 곳의 미군 핵전력 및 육해공 부대와 실시간 교신이 가능하다. 기체 꼬리 부분에는 수중 교신용 안테나를, 기체 상단의 돔에는 고성능 위성통신용 안테나를 장착했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미 본토가 핵 공격을 당해 지상의 지휘통제 시스템이 마비되는 상황에 대비한 ‘하늘의 핵전력 지휘소’인 셈”이라고 말했다.
역대 미 국방장관들은 과거 E-4B를 타고 한국을 찾아 확고한 방위공약을 재확인하는 한편 북한의 도발 위협에 엄중 경고해 왔다. 북한의 핵 위협이 정점으로 치닫던 2017년 2월 E-4B를 타고 방한한 제임스 매티스 당시 미 국방장관이 한미 국방장관 회담의 모두 발언에서 “(북한이) 미국과 동맹국에 어떤 핵무기로 공격해도 반드시 격퇴시킬 것”이라고 밝힌 게 대표적 사례다.
2010년 당시 로버트 게이츠 장관도 북핵 위협 등을 논의할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담 참석을 위해 E-4B를 타고 방한하기도 했다.
○ 미 전략자산 더 과감하게 전개할 듯
북한이 대남도발 위협에 이어 미국을 겨냥한 핵 공세에 나서면서 미국의 대응 수위도 점차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전략폭격기를 보다 과감하게 한반도 주변에 전개하는 한편 북한의 도발 수위를 봐가면서 핵잠수함과 항공모함 등 다른 전략자산도 한반도로 보다 가까이 포진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 폭격기나 B-52 폭격기와 함께 ‘3대 폭격기 전력’으로 꼽히는 B-2 스텔스 폭격기도 조만간 한반도 주변으로 날아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미국이 올 초부터 괌 기지의 B-1B 폭격기를 시작으로 최근엔 대표적 핵우산 전력인 B-52 폭격기를 한반도 주변에 잇달아 전개하는 등 전략자산의 대응 수위를 점차 높여온 의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도발 억제 차원에서라도 추가 전략자산 전개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 외교 소식통은 “데이비드 헬비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안보 담당 차관보 대행이 18일 전략자산 전개에 대해 한국과 지속적으로 이야기하겠다고 밝힌 것을 그냥 흘려들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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