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볼턴 회고록’ 의문 제기…한반도 정세엔 악영향 우려

  • 뉴스1
  • 입력 2020년 6월 22일 10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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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북한·외교 전문가들은 22일 일파만파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이른바 ‘볼턴 회고록’(<그 일이 일어난 방: 백악관 회고록>)과 관련, 내용의 신빙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함과 동시에 주관적 평가와 팩트(fact·사실)를 구분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일부 전문가들은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미국의 극우파 중에서도 초강경파로 분류되는 만큼, 이번 회고록으로 북한과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를 낳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로 인해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란 지적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극우파 중에서도 초강경파라 할 수 있는 볼턴 전 보좌관의 일방적 주장이 되게 많이 담긴 것 같다”며 “주관적인 평가 부분은 굉장히 조심해서 봐야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흐름 자체야 실무자로 참가했기에 (그) 자체가 거짓말이라고 볼 수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했다든지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런 모습을 보였다(는) 부분은 조심해서 봐야 될 것”이라며 “초강경파 볼턴의 시각에서 본 것이기에 우리가 그대로 받아들였다간 상당히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를 낳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이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행위에 대한 신뢰도 자체를 낮추게 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신범철 국가전략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이날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국제관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게 북한 문제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대중 관계, 대유럽 관계를 포함해서 다루고 있는데 거의 모든 영역에서 미국 외교의 신뢰도를 낮추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신 센터장은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출범한다고 해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상황에서 외교 관계가 제대로 작동하기 쉽지 않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행위에 대한 신뢰도가 워낙 낮아질 것이기 때문에 사실 동북아나 한반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라고 전망했다.

특히 그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태, 볼턴 전 보좌관의 행태에 대해 머지않아 성명이 나올 것”이라며 “그런 부분까지 고려하면 (북미) 관계를 조금 더 악화시키지 않겠느냐 우려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우리 정부의 외교적 전략이 수정되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우리 외교가 공개된 상황에서 한미가 공조를 한다고 하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가야 하는 건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한미) 워킹그룹과 대북 실무 대표들의 관점이 북미협상 성사에 의지가 있는지서부터 한미 공조 틀을 유지해야 하는지 신뢰 등이 쟁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이 개인의 해석이 담겨있는 만큼, 향후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큰 영향력이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교 교수는 통화에서 “우리가 추론해왔던 (남겨진) 퍼즐을 맞추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비핵화 협상) 상황이 더 악화되거나 그런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비핵화 협상이) 잘 나가다가 그런 거라면 몰라도 (현 국면에서) 안 되는 상태에서 (회고록) 공개 정도로 침소봉대하거나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라고 분석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지금 화내는 이유가 정확하게 나온 것”이라며 “이미 (비핵화 결렬에 대한) 알고 있던 이야기들이라서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가의 안보 및 외교와 관련된 부분을 개인 회고록에서 공개하는 것을 두고 ‘부적절’했다는 평가도 잇따랐다.

신 센터장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며 “외교 관계를 이렇게 공개한 것에 대한 책임 문제는 다른 재판을 통해 뒤따를 것으로 보고, (이를 공개한 것은) 어떻게 보면 위험한 책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현재 남북미 세 정상이 모두 현직에 있는 상황인데 회고록이라고 하더라도 내용이 부적절하다”며 “정상 간의 이야기는 외교문서 보관기관이 있는 것 아닌가. 북한과 한국에 대한 (외교적) 예의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신 센터장은 책이 출간된 의도와 관련, “발간 시기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복수하겠다는 의도가 있다”며 “11월 3일까지가 미국 대선의 하이라이트, 최고 중요한 시기다. 그때 맞춰서 책을 발간한 것은 복수의 의도가 있었다”라고 봤다.

한편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에는 지난 2018년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비롯해 2019년 6월 30일 남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난 내용 등의 뒷얘기가 담겨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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