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남 군사행동 계획을 전격 보류한 가운데 이번 결정 과정에서 ‘예비 회의’와 ‘화상 회의’라는 이례적인 형식의 회의가 열려 그 배경이 주목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4일 김 위원장이 전날(23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5차 회의 예비회의를 주재하고 대남 군사행동 계획을 보류했다고 보도했다.
김여정 제1부부장이 지난 20여 일간 주도해온 대남 공세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김 위원장이 직접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이번 결정이 당 중앙군사위 예비회의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 집권 이후 십여 차례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를 개최했지만 예비회의는 보도 자체가 처음이다.
실제 예비회의가 본회의 전 매번 열렸는지 이번만 개최된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군사행동 계획 안건을 본회의에 상정하지도 않고 바로 보류 결정을 내린 것은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는 그만큼 보류 결정을 한시라도 빨리 내려 이를 대내외에 알리려고 한 것으로 읽힌다. 실제 북한은 이를 이날 주민들이 보는 신문 1면에 보도했다.
이번 회의가 ‘화상 회의’로 진행됐다는 점도 같은 맥락에서 주목된다. 김 위원장이 대면이 아닌 화상으로 회의를 주재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화상회의는 준비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대면 회의에 비해 격식을 갖추지 않고도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 역시 이번 회의가 빠른 결정이 필요했던 다급한 상황에서 열렸음을 추측게 하는 대목이다.
회의가 개최된 23일만 해도 북한군이 비무장지대(DMZ) 일대 20여 곳에 확성기 방송 시설을 재설치하는 등 강경 행보를 이어가던 상황이었다. 노동신문도 1200만 장의 대남 전단과 3000개의 풍선 준비를 마쳤다며 이를 살포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와 같은 시각에 평양에서는 대남 군사 행보를 보류하는 결정이 내려졌다는 점도 이같은 기류가 급격하게 바뀌었다는 것을 방증한다. 보류 결정을 한 정확한 배경은 알 수 없지만 일단 악화일로로 치닫는 남북 대결 분위기를 빨리 진화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일각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화상으로 회의가 열린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앞서 지난 7일 노동당 중앙위원히 제7기 제13차 정치국 회의를 주재했고 지난달 24일에도 당 중앙군사위 제7기 제4차 확대회의를 진행한 바 있어 이같은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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