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대남 공세 급선회 배경은…한반도 긴장 ‘일시’ 완화

  • 뉴시스
  • 입력 2020년 6월 24일 12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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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비방 대남 삐라 공개하며 '보복' 예고하다 급선회
남북긴장 책임론에 속도 조절…명분 축적용 관측도
대남 비난 자제하고 당 창건 75주년 성과 매진할 듯
볼턴 회고록으로 南 역할 평가, 태세 전환 가능성도
한미연합훈련, 대미 군사행위 등 긴장 불씨는 여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남 군사행동 계획을 보류하면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역대 최대 규모의 대남 ‘삐라’(전단) 살포 예고 등으로 고조됐던 한반도 긴장 국면이 일시적으로 누그러진 모습이다.

다만 북한이 대남 군사행동 계획의 ‘철회’가 아닌 ‘보류’라고 밝혔고, 하반기 한미연합훈련 등이 예정된 만큼 북한이 다시 긴장 국면을 조성할 가능성은 남아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24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당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5차회의 예비회의를 개최하고 북한군 총참모부가 제기한 대남 군사행동 계획들을 보류했다.

총참모부가 지난 17일 밝힌 ▲금강산·개성공단 군부대 전개 ▲비무장지대 철수 민경초소(GP) 재진출 ▲1호 전투근무체계 격상 및 접경지역 훈련 재개 ▲대남 삐라(전단) 살포 지역 개방 및 군사적 보장 계획 실행을 승인하지 않은 것이다.

북한이 지난 4일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의 담화를 기점으로 대남 비난 여론을 공세적으로 제기한 데 이어 문재인 대통령을 비방하는 전단 사진을 공개하는 등 확고한 대남 강경 행동 의지를 보였다가 갑자기 입장을 바꾼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은 지난 3주 동안 대남 비난 여론을 지속적으로 전개하며 ‘보복’, ‘징벌’을 암시했다. 다만 북한은 남북 통신망 완전 차단(6월9일),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조치(6월16일)까지는 속도감 있게 추진했지만 총참모부의 추가 군사행동 계획은 바로 집행에 돌입하지 않고 상부 승인 절차를 밟도록 했다.

우리 정부의 대북 전단 엄정 처벌 방침에도 북한이 남북 긴장 조성 행위를 일방적으로 지속하는 데 대한 부담이 어느 정도는 작용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군사적 긴장 조성 책임론을 감당할 만큼 실익이 없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반대로 향후 군사행동의 명분을 더 쌓기 위한 속도 조절 과정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및 대남 전단 살포 예고로 악화된 우리 국민들의 반북 정서를 고려하고 정부의 노력을 평가한 측면이 있다”며 “자신들이 세운 행동 계획을 철회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보류라는 용어를 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그러면서도 “북한의 후속 조치를 봐야 한다”며 “북한이 대남 전단 살포 준비 징후들을 보였는데, 이를 지속할지 걷어치울지를 봐야 북한의 의도를 명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최고 지도자의 결정으로 보류했다고 하지만 연락사무소 폭파까지 한 마당에 지금까지 보인 강경 모드를 급선회하는 것은 북한 내부적으로 설명이 어려운 부분”이라며 “군사적 행동을 위한 보다 명확한 명분을 만들기 위해 우리의 진정성 확인에 들어간 것이 아닌가 싶다”고 추정했다.

북한 내부적으로 중요한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에 집중하기 위해 대남 공세의 고삐를 늦췄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남 여론전보다는 경제 성과 창출에 주민들을 동원해야 할 때라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북한 스스로 숨 고르기에 들어가고 긴장 수위를 조절하는 것은 내부적으로 속도를 조절하기 위함이 있을 것”이라며 “경제 중심의 정면돌파전에 매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도하게 대외적으로 긴장을 고조시키고 위기 국면으로 나아가는 것이 긍정적이지 않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오늘부로 노동신문에 대남 비난이 싹 사라졌다. 더 이상 이 문제를 확전시키기 않겠다는 의도”라며 “모든 초점을 당 창건 75주년에 맞추고, 더 이상 대남 강경 노선으로 가지 않겠단 뜻”이라고 말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의 막후를 폭로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회고록 출간이 북한의 대남 인식 변화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미국 내 대북 강경파 설득을 위한 남측의 역할을 재평가함에 따라 대남 강경 일변도 행보를 잠시 멈추고 유보적인 상황으로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홍 실장은 “볼턴 전 보좌관 회고록은 북한이 폄하했던 한국이 어떤 면에서는 막후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단 걸 보여주는 측면이 있다”며 “북한이 보기에 한국의 역할이 아직도 유효할 수 있으니 지켜보자는 쪽으로 기울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북한은 이날 대남 군사행동을 보류한 데 이어 대남 확성기도 철거하기 시작했다. 북한은 지난 22일부터 남북 접경지역 20여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대남 확성기를 재설치해 남북 긴장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었다.

북한이 여러 대내외 정세를 고려하며 대남 강경 행동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남북 긴장 국면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을 북침전쟁연습으로 간주하고 연합훈련을 강행하는 남측과 미국을 향해 비난 여론을 조성한 바 있다. 아울러 자신들의 자위력을 과시하기 위한 무기 시험발사나 군 훈련 등을 전개해 왔다.

올해 상반기 한미연합훈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실시되지 못했지만, 코로나19 상황 진정에 따라 하반기 연합훈련이 진행될 경우 북한이 이를 빌미로 긴장 국면을 다시 조성할 수 있다.

북한은 이날 회의에서 “나라의 전쟁 억제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국가적 대책들을 반영한 여러 문건들을 연구했다”고 밝혔다. 회의에는 신형 미사일 개발 주역인 리병철 당 부위원장도 참석했다.

향후 비핵화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자위적 국방력 강화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신형 전략무기 개발이나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고도화 등이 향후 한반도 긴장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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