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어때” 김종인 한마디에 잠룡들 유탄 “우리보다 낫다?”

  • 뉴스1
  • 입력 2020년 6월 24일 14시 10분


코멘트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0.6.24/뉴스1 © News1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0.6.24/뉴스1 © News1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백종원 대권후보’ 발언으로 야권 잠룡들이 유탄을 맞았다. 정치무대에서 십수년간 산전수전 다 겪은 잠룡들이 정치경력이 전무한 요식업계 사업가이자 방송인 백종원 대표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백종원 대표가 남녀노소 모두에게 호감을 갖는 인물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보수 정치인들도 이 점을 배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반대로 보면 현재 거론되는 대권주자들은 국민들의 호감을 얻지 못하고 있으며, 백종원과 같은 제3의 인물이 등장해야 한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당 내부에서는 김 위원장의 발언을 두고 대선 후보를 희화화 했다는 불쾌감이 나오기도 한다.

한 재선 의원은 “왜 김종인씨가 그런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우리당 대선 후보는 우리당 내부에서 찾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오세훈 전 시장은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거부감 없는 인물이 되라는 것”이라며 확대 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오 전 시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굉장히 새겨듣고 있다. 분발하라, 지금 상태로는 도저히 정권 재탈환 불가능하다, 더 노력하라, 이런 메시지로 해석한다”고 밝혔다.

당 내부에서는 김 위원장 취임 이후 대권주자들의 자리가 축소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 위원장은 기존 주자들 가운데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 없다며 40대 경제 기수론을 언급하는 등 기존 대권주자들을 평가절하 했다는 것이다.

현재 통합당 소속의 대권주자는 유승민 전 의원을 비롯해 원희룡 제주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이 거론된다. 아직 복당을 하지 않았지만 홍준표 무소속 의원도 잠재적 야권 후보로 분류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22일 기자단과 오찬 자리에서 2001년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신을 찾아와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히고 지원을 요청했다는 것을 언급하면서 “(대권 도전은) 알려진 인물이 준비해서 하는 것인데, 지금 그런 준비를 하는 인물도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가뜩이나 대권주자들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한자릿수에 머무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내년 4월까지 당을 이끌고 대선 준비를 해야 할 김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당 내부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김종인 식의 직설화법과 비판적 언사에는 기존 주자들을 자극해 동기를 유발시키고 그들간 경쟁을 불러일으키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도 엿보인다. 백종원 발언에서도 보듯 별 주목받지 못하던 야권 잠룡들이 대중의 관심 안으로 들어오는 효과는 거뒀다.

김 위원장이 취임 이후 기본소득제와 전일보육제 등 그동안 보수 이념과는 거리가 다소 먼 이슈를 꺼낸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대권주자들이 제시할 만한 큰 이슈들이지만 당내 별다른 주자가 없는 상태에서 보수진영이 어젠다를 이끌가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총선 참패 이후 통합당은 당내에서 잠룡들이 활동활 공간이 거의 없다. 오히려 국회 밖에서 킹메이커를 자처하는 여러 정치모임이 결성되고 있지만 걸음마 단계다.

김무성 전 의원을 주축으로 총 46명의 전직 의원으로 구성된 ‘더 좋은 미래’와 3선의 장제원 의원이 주도하는 ‘미래혁신포럼’ 등 2개의 모임이 활동을 시작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 열린 창립총회에서 “우리는 거론되는 대권 주자들, 그리고 아직 거론 안 되는 잠룡들에게 용기를 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절대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이 조직을 운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희룡 지사를 초청해 1차 회의를 마친 미래혁신 포럼은 조만간 유 전 의원을 포함한 다른 대권주자를 불러 강연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