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남북 긴장 고조 국면서 브레이크
김여정, 탈북자·대남 공세 주도하며 악역
정상간 신뢰 유지하며 대화 여지 남긴 듯
"김정은 착한 역할?" 무리한 해석 시각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남 군사행동 계획을 보류하며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굿캅(Good cop), 배드캅(Bad cop) 역할 분담에 또다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 제1부부장이 탈북자와 대남 압박 공세를 전면에서 주도하면서 남북 관계를 파국으로 이끌고 있는 반면 김 위원장은 한반도 긴장 수위를 조절하며 상황 관리에 나서는 모습이다.
24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23일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5차회의 예비회의를 주재하고, 조선인민군 총참모부가 당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5차회의에 제기한 대남 군사 행동 계획들을 보류했다.
김 위원장이 공개 행보에 나선 것은 지난 7일 제13차 정치국 회의 참석 이후 16일 만이다. 김 위원장은 총참모부가 금강산·개성공단 내 군 전개, 비무장지대 감시 초소(GP) 복구, 접경지역 군사 훈련, 대남 전단 살포 지원 등을 경고하고 대량 대남 전단 살포 예고, 접경지역 확성기 설치 등으로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 전격 제동을 걸었다.
이는 그간 대남 압박 수위를 높이며 악역을 자처해온 김여정 제1부부장의 행보와 대조적이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 4일 대북 전단 살포 방치에 따른 금강산 관광 폐지, 개성공업지구 완전 철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 북남 군사합의 폐쇄 등을 경고하면서 대남 공세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후 김 제1부부장의 언급대로 지난 9일 남북 연락 채널이 전면 차단됐고, 16일에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사라지며 2인자로서 위상과 실행력까지 입증했다. 그간 남북 문제에 깊이 관여해 왔던 김 제1부부장이 남북, 북미 관계 파탄의 총대를 메고, ‘평화의 메신저’에서 ‘배드캅’으로 굳혀가고 있는 모양새다.
반면 김 위원장은 경제·군사 등 내치에 집중하며 내부 결속을 꾀하고, 한껏 고조된 남북관계의 긴장 국면을 일시적으로 완화하며 ‘굿캅’ 역할을 자임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위원장은 지난 7일 정치국 회의에서도 대남 메시지 없이 화학공업 발전과 평양시민 생활향상 방안 등 민생 논의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김 위원장은 김 제1부부장을 내세워 대북전단 살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최근 2년간 남측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불만을 알리는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만큼 직접 나서 수위 조절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향후 상황이 다시 악화되더라도 김 위원장은 북미와 남북 정상간 신뢰를 유지하면서 결정적 국면에서 역할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앞서 대남 문제에서의 역할 분담은 지난 3월에도 감지됐다. 당시 김 제1부부장이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한다’는 대남 비난 담화를 내놓은 지 하루 만에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사태와 관련한 친서를 보내며 유화 손짓을 보냈다.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 시사’에 출연해 “열흘 넘게 이어져온 위협 끝에 중앙군사위원회가 열렸는데 김 위원장이 보류시키면서 폭탄이 한 바퀴 돌았다”며 “김여정의 독주를 당과 군이 따라가는 모양새를 취하다가 김정은 위원장이 정리하는, 말하자면 굿 캅, 배드 캅으로 역할 분담이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역할 분담을 수긍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군사 행동을 중단한 것이 아닌 보류인 데다 향후 정세 및 남한과 미국의 태도를 보면서 행동 수위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지난해 금강산 관광지구에서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한 것 역시 김 위원장으로, 전면에 나서지 않았을 뿐이지 ‘착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기엔 무리라는 평가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김정은과 김여정이 착한 역할과 나쁜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고도 하지만 수긍이 잘 안 된다”며 “김정은의 이번 등장과 보류 결정은 김정은의 착한 역할이 아니라 오히려 북한이 우리에게 마지막 진정성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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