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5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6·25전쟁 70주년 기념사에서 “세계사에서 가장 슬픈 전쟁을 끝내기 위한 노력에 북한도 담대하게 나서주길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남 군사행동을 보류하기로 돌연 태도를 바꾸면서 남북관계에 있어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고 보고 북한을 향해 공개적으로 다시 한번 체제 보장을 약속하며 대화에 나서라고 재차 촉구한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핵전쟁 억제력을 강화하겠다는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문 대통령이 비핵화 언급 없이 체제 보장만 거론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종전선언’ 다시 언급하며 北 체제 보장 약속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우리는 6·25전쟁을 세대와 이념을 통합하는 모두의 역사적 경험으로 만들기 위해 이 오래된 전쟁을 끝내야 한다”며 “전쟁의 참혹함을 잊지 않는 것이 종전을 향한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회고록에서 “북한은 종전선언에 관심이 없다”고 기록했을 정도로 최근까지의 비핵화 국면에서 종전선언은 북-미 간의 큰 이슈가 아니었지만, 문 대통령은 이날 다시 한번 종전선언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전방위적으로 어떤 도발도 용납하지 않을 강한 국방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굳건한 한미동맹 위에서 전시작전통제권의 전환도 빈틈없이 준비하고 있다”며 “우리는 우리 자신의 힘을 바탕으로 반드시 평화를 지키고 만들어 갈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남북 간 체제경쟁은 이미 오래전에 끝났다”며 “우리는 끊임없이 평화를 통해 남북 상생의 길을 찾아낼 것이다. 통일을 말하기 이전에 먼저 사이좋은 이웃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남북 간의 체제 대결에서 이미 한국이 승리했음을 강조한 것이지만, 동시에 비핵화 대화 이후 어떤 식으로든 흡수통일 등을 거론하거나 이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았다. 이날 북한 외무성은 “미국이 가해오는 지속적인 핵 위협을 제압하기 위한 우리의 힘을 계속 키울 것이며 우리가 선택한 이 길에서 절대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핵전력 강화 의지를 거듭 밝혔다. 문 대통령은 연설 도중 “우리 민족이 전쟁의 아픔을 겪는 동안 오히려 전쟁특수를 누린 나라들도 있다”며 일본을 겨냥한 듯한 발언도 했다.
○ 참전용사 일일이 거론하며 예우 보장 약속
문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전날 미국 하와이에서 한국으로 봉환된 국군 전사자 유해 147위를 맞이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모신 영웅 (중 신원이 확인된) 일곱 분은 모두 함경남도의 장진호 전투에서 산화하신 분들”이라며 고 김동성, 김정용, 박진실, 정재술, 최재익, 하진호 일병과 고 오대영 이등중사의 이름을 거론했다. 장진호 전투는 미군의 흥남철수 작전을 가능케 한 전투로, 문 대통령의 부모는 이 철수 작전으로 거제로 피란 와 문 대통령을 낳았다. 문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직후 미 워싱턴을 방문해 인근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찾아 “장진호의 용사들이 없었다면 오늘의 저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아직 우리 곁으로 돌아오지 못한 12만3000 전사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그날까지 포기하지 않고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보훈에는 국경이 없다”며 “워싱턴 추모의 벽을 2022년까지 완공해 위대한 동맹이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희생 위에 뿌리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영원히 기리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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