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장관 한국언론 첫 인터뷰 “美, 한국과 北 FFVD 위해 협력
북한은 일생일대의 기회 잡아야… 中, 사드 반대말고 北에 분노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사진)은 24일(현지 시간) 최근 북한의 위협과 관련해 “북한의 나쁜 행동에는 보상하지 않는다”며 “비상한 위협이 되고 있는 북한의 최근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미국이 동맹인 한국과 함께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에 노력하고 있다며 “북한은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에스퍼 장관은 이날 한국전쟁 70주년을 계기로 동아일보와 진행한 단독 e메일 인터뷰에서 “(북한으로부터의) 현존하는 위협은 우리의 지속적인 대비태세를 요구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이 한국 언론과 단독 인터뷰를 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북한의 최근 레토릭(수사)과 조치들에 숨겨진 의도를 추측하지는 않겠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이에 대해 밝히도록 놔두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외교적 노력에 전념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아야 하는 것은 북한”이라고 강조했다.
미 국방부가 추진하고 있는 인도태평양 전략과 관련해 에스퍼 장관은 “미국의 미래는 인도태평양의 미래와 불가분하게 연결돼 있으며 중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국방부의 1순위 안보 우선순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국제규범과 원칙을 버리고 대안을 찾으려 하는 것은 우리가 ‘강대국 파워 경쟁의 새로운 시대’에 들어섰음을 명확하게 해준다”고 주장했다.
중국과 마찰을 빚고 있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해서는 중국이 아니라 북한에 대응하는 무기체계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중국은 사드에 반대하는 대신 자신들의 분노를 불안정성의 원인인 북한으로 돌려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부자 동맹들이 더 많은 공평한 분담금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점을 일관되고 분명하게 밝혀왔다”며 증액을 요구하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 “최근 현존하는 北위협 실감… ‘한국 방어’ 우리 약속은 철통같다” ▼
에스퍼 장관 한국언론 첫 인터뷰
“70년이 지난 지금 한미동맹은 한반도와 역내의 핵심 축(linchpin)이 됐다. 한국을 방어하기 위한 우리의 약속은 철통같다.”
미국 현지 시간으로 한국전쟁 70주년을 하루 앞둔 24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피로 맺어진 한미동맹’의 출발점이 된 한국전쟁의 의미를 되새기며 굳건한 동맹관계와 이를 유지하기 위한 미국의 의지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최근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킨 북한의 잇단 위협을 감안한 듯 한미 양국이 빈틈없는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거듭 밝혔다.
또 에스퍼 장관은 “미국의 미래는 인도태평양의 미래와 불가분하게 연결돼 있고 이는 국방부의 우선순위에 놓여 있다”며 중국을 상대로 한 인도태평양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동맹국인 한국과의 지속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하면서도 방위비 증액 압박은 잊지 않았다. 전시작전권 전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한미일 협력 등 현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인터뷰는 코로나19 상황과 에스퍼 장관의 일정 등을 감안해 e메일로 진행됐다.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한국전쟁은 미국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
“한국전쟁 70주년을 기념하는 일은 중요하다. 미국 국방부를 대표해서 한국과 미국, 그리고 16개 유엔 참전국의 모든 참전용사와 그 가족들에게 그들이 보여준 용기와 희생에 대해 감사를 전하고자 한다. 25일 고국으로 돌아온 전사자들의 유해는 비록 한국인 120명과 미국인 6명에 그쳤지만 이들은 희생을 치른 수십만 명을 대표한다. 이들의 희생이 우리 동맹의 토대가 되었고 우리가 지금 누리는 안보와 번영, 자유를 가능하게 해줬다.” ―한국전에서 함께 피 흘리며 싸운 양국 장병들과 그 가족에게 보내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군인의 한 사람으로서 조국과 동맹, 파트너를 위한 우리 군과 그 가족의 희생을 잘 이해하고 있다. 한국을 방어하기 위한 우리의 약속은 철통같다. 한국전쟁 70주년을 기념하면서 우리는 한국전쟁에서의 힘겨운 승리뿐 아니라 지난 70년간 우리의 동맹을 정의해온 희생의 공유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여러 도전에 직면한 상황에서 이에 맞서기 위해 피로 맺어진 한미 동맹을 어떻게 발전시키고자 하는가.
“국방부가 인도태평양 전략보고서를 발표한 이후 우리는 전략의 세 가지 축인 대비태세, 파트너십 강화, 그리고 보다 네트워크화된 지역 촉진 분야에서 큰 진전을 이루었다. 한국의 경우 동맹 강화에는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이루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포함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근 ‘핵전쟁 억지력 강화’를 언급했다. 점증하는 북한의 위협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무엇인가.
“북한의 최근 레토릭(수사)과 조치들에 숨겨진 의도를 추측하지는 않겠다. 김 위원장이 직접 이에 대해 밝히도록 놔두고자 한다. 미국은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비롯한 최근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미국은 외교적 노력에 전념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아야 하는 것은 북한이다. 우리는 처음부터 북한의 나쁜 행동에 보상하지 않는다고 말해 왔다.” ―북한의 군사 도발 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재개나 전략자산의 전개를 검토하고 있는가.
“우리는 최근 며칠 동안 북한이 이 지역에 비상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다. 이 현존하는 위협은 우리의 지속적인 대비태세를 요구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전략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분야의 국가적 역량을 끌어내는 것을 지속하는 것이다.”
―앞으로 역내 가장 큰 위협과 도전은 무엇이 될 것으로 보는가. 또 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미국의 미래는 인도태평양의 미래와 불가분하게 연결돼 있다. 중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에서 국방부 우선순위의 1순위에 놓여 있다. 중국은 역내 권력균형을 자신들의 입맛대로 재편하기 위해 군사적 근대화, 영향력 행사, 약탈적 경제 관행을 지렛대로 쓰고 있다. 미국은 이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의 국가방위전략(NDS)의 핵심은 중국과 대치하고 충돌하는 것이 아니다. 중국과 건설적이고 안정적이며 결과 지향적인 국방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백악관이 내놓은 ‘대중 전략보고서’에서 미국은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 및 파트너들과의 협력 중요성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한국에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국과 함께 방위역량 강화, 한미 양국 병력의 상호운용성 구축, 한미동맹의 연합 방위태세 지원, 자유롭고 열린 국제질서를 지원하기 위한 다른 국가 및 단체와의 파트너십 강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에 13억 달러의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하는 반면 한국은 순차적으로 증액하자는 쪽이어서 아직도 입장 차이가 작지 않은데….
“국무부가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세부사항과 일정은 국무부로 넘기겠다. 다만 대통령은 부유한 동맹국들이 좀 더 공평한 비용 분담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점을 분명하고 일관되게 밝혀 왔다. 지난 수십 년간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을 통해 제공된 지원을 포함한 동맹에 대한 한국의 기여는 인정받을 만하다. 그러나 한국이 글로벌 경제 강국으로서 높아지는 위상을 감안할 때 더 공평하게 많은 몫을 부담해야 한다.”
―한미 양국이 연내 합의에 실패할 경우 미국은 주한미군 감축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가.
“국방부는 적확한 시간과 장소에 적절한 역량을 갖췄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정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우리의 해외 병력 태세를 평가해 오고 있다. 미국 본토와 동맹에 대한 위협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런 평가는 전 세계적으로 현존하거나 부상하는 위협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미국이 최근 경북 성주 기지에 배치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장비를 교체한 것을 놓고 중국이 “한중 관계를 방해하지 말라”며 공개 경고했다.
“한국에 사드를 배치한 것은 한미동맹의 결정이었다. 북한은 자신들의 탄도미사일에 한국을 공격할 수 있는 핵무기를 탑재할 의도가 있음을 공개적으로 언급해 왔다. 사드는 점증하는 북한의 위협에 맞서 주한미군과 한국의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중요한 방어 능력을 제공한다. 한미 양국은 사드의 한국 배치와 관련한 모든 측면을 지속적으로 조율해 나갈 것이다. 중국은 사드에 반대할 게 아니라 그 분노를 불안의 근원인 북한으로 돌려야 한다.” ―한미 양국은 전시작전권 전환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일정이 예정보다 늦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전시작전권 전환은 조건에 기반해서 진행되기 때문에 내가 타임라인을 설정하기는 어렵다. 한국은 합의된 조건을 충족시키는 데 좋은 진전을 이뤄냈지만 탄도미사일 방어를 비롯한 핵심적인 군사적 역량 확보 및 연합방위를 이끌기 위해 필요한 조직구조 측면에서 해야 할 일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이런 새로운 종류의 안보 위협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우리는 한국이 코로나19와 싸우면서 국내적으로 보여준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한국은 이 어려운 시기에 투명성과 효과성, 질서의 모범이 되어 왔다. 팬데믹(대유행)에 맞서 싸우기 위해 미국과 전 세계 다른 나라들에 보내준 지원에도 감사한다. 우리는 현재 위기를 이용해 자신들의 이익을 증진시키려는 적들에 맞서 함께 경계심을 높여야 한다.” ―미국은 한국, 일본과의 삼각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한미일 협력 강화를 위해 미국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일본과 한국 모두 안보 문제에 대해 개방적인 의사소통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유지하기 위한 책임 있는 선택을 했다. 또 우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포함한 3자 및 다자간 운영을 함께하고 있다. 미국은 항상 한미일 3국 안보 협력의 폭과 깊이를 심화시키려 노력해 왔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
―1964년 미 펜실베이니아주 출생
―미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 졸업 ―하버드대 행정학 석사, 조지워싱턴대 공공정책 박사 ―1990∼1991년 걸프전 참전 ―2002∼2004년 조지 W 부시 행정부 국방부 협상정책담당 부차관보 ―2017년 11월∼2019년 7월 미 육군장관 ―2019년 7월∼현재 미 국방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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