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남 군사행동 계획을 전격 ‘보류’하고 숨고르기를 지속하면서 하반기 한미연합훈련 실시 여부가 한반도 정세에 변수로 급부상한 모양새다.
오는 8월 예정된 하반기 한미연합훈련 실시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조만간 열릴 한미 국방장관회의에서 관련 내용이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24일 김 위원장의 군사행동 계획 보류 지시 결정 이후 별다른 추가 조치 없이 정중동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4일 김여정 제1부부장의 담화 이후 20여일간 맹렬했던 관영·선전 매체의 대남 비난도 완전히 사라진 상황이다. 그간 대남 전단(삐라) 살포 계획과 각지에서 열린 대남 항의 군중집회 소식을 연일 다뤄온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내부 단결 및 충성을 강조하는 기사들로 다시 전면을 채우고 있다.
다만 이는 북한의 대남 숨고르기 혹은 속도 조절이라는게 중론이다. 당초 예정된 일정 및 시나리오에 따라 남측의 태도를 지켜보며 향후 대응 수위를 계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과거 대남 총책인 통일전선부장을 맡았던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북한의 군사행동 계획 보류 결정 당일 밤 ‘완전 철회’를 촉구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발언을 비난하면서 ‘재고’ 가능성을 경고한 것에서도 드러난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남조선 당국의 차후 태도와 행동에 따라 북남관계 전망에 대하여 점쳐볼 수 있는 이 시점에서 남조선 국방부 장관이 체면을 세우는 데 급급했다”며 “위협적으로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의 ‘보류’가 ‘재고’로 될 때에는 재미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에 당 중앙 군사위원회 본회의가 아닌 ‘예비회의’ 형식을 취하고 기각이나 철회가 아닌 ‘보류’로 한 것 자체부터 이미 언제든 다시 본회의를 소집해 대남 도발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 역시 북한의 보류 결정이 온전히 우리의 행동에 따른 결과물이 아니고 일정 부분 남측에 ‘시간을 주는’ 차원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그 시간은 한미연합훈련이 예정된 8월 전후 까지가 거론된다. 한미가 예정대로 연합훈련을 실시할 경우 이를 빌미로 다시 무력 도발을 재개한 뒤 점차 수위를 높이며 우리 측에 대한 비난을 넘어 미국을 직겨냥할 것이란 관측이다.
북한이 이번 긴장 국면에서 끝내 남북간 9·19 군사합의 파기까진 닿지 않은 점도 같은 맥락일 수 있다. 상호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한 9·19 합의를 공식 파기 했을 경우,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할 명분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히 하반기 한미연합훈련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임기 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과 맞물려 있어 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3월 전반기 연합훈련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축소됐던 상황에서 완전운용능력(FOC) 검증 예정인 이번 하반기 훈련까지 추가로 취소될 경우 전작권 전환 일정은 지연이 불가피하다.
우리 군은 올해 전작권의 ‘실질적인 전환 단계로의 진입’ 목표를 위해서는 하반기에 FOC 검증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에 따라 정부 내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남북협력 사업 등 남북간 합의를 추진하겠다는 의지와 프로세스를 밟아나가는 한편 북한이 반발하고 있는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그 자체가 북한에게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