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조응천 “추미애 언행, 법조 30년간 한번도 못본 광경”

  • 동아닷컴
  • 입력 2020년 6월 28일 15시 13분


“당혹스러워 말문 잃을 정도”
“전임 법무장관들은 지휘권·언행 자제”
“與 지지 않는 국민도 있어…법과 제도 따라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한 거친 언행에 대해 “부적절 하다”는 지적이 여당에서도 28일 처음으로 터져나왔다.

검사 출신인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추미애 장관님께”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는 “우선 저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임명 당시 여당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문제를 제기한 국회의원이었고, 법사위 활동 내내 검찰의 수사방식에 대해서도 극히 비판적인 견해를 피력하였다는 점을 먼저 밝힌다”고 썼다.

이어 “그렇지만 최근 추미애 장관의 윤석열 총장에 대한 일련의 언행은 제가 삼십년 가까이 법조 부근에 머무르면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광경으로서 당혹스럽기까지 하여 말문을 잃을 정도다”고 했다.

조 의원은 “저는 여당 의원이다. 또 군 법무관, 검사, 법무부 공무원 그리고 이후 변호사 생활, 국회 법사위 등 법조 부근에서 삼십년 가까이 머문 사람이다”며 “최근 상황에 대해 뭐라도 말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 그리고 만에 하나 저의 발언이 오해나 정치적 갈등의 소재가 될 수도 있겠다는 우려를 동시에 느끼며 고심하고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하지만 책임감이 더 앞섰다”며 “추 장관의 언행이 부적절하기 때문이다. 법무부장관의 영문 표기를 직역하면 정의부 장관(Minister of Justice)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꼭 거친 언사를 해야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단호하고도 정중한 표현을 통해 상대를 설복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추 장관 취임 전 66명의 법무부 장관은 지휘권 행사를 자제하고 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했다”며 “과거 전임 장관들도 법령,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고려로 인해 자신들의 언행을 자제했다”고 썼다.

조 의원은 “추 장관께서 거친 언사로 검찰개혁과 공수처의 조속한 출범의 당위성을 역설하면 할수록 논쟁의 중심이 추 장관 언행의 적절성에 집중될 수 있다”며 ‘코로나19’국난 극복이 중요한 상황에 “추 장관께서 연일 총장을 거칠게 비난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이 시기적으로 적절한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집권세력은 눈앞의 유불리를 떠나 법과 제도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우리가 거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당장의 현안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야당이나 또 일부 국민들은 우리의 정책이나 기조를 지지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법과 제도라는 시스템에 따라 거버넌스가 진행된다는 믿음을 드려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끝으로 “거친 언행을 거듭하신다면 정부 여당은 물론 임명권자에게도 부담이 될까 우려스럽다”며 “장관님께서 한 번 호흡을 가다듬고 되돌아보시길 부탁드린다”고 맺었다.

여당 의원들은 최근 연이어 윤 총장을 압박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추 장관의 언행을 비판하는 입장이 나온 것은 조 의원이 처음이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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