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비판' 추미애 논란에 與 "본질은 검찰개혁"
설훈 "하급자가 물러나는 게 상식"…윤석열 거듭 압박
7월 공수처 출범 앞두고 검찰개혁 여론전 강공 나서
더불어민주당은 29일 윤석열 검찰총장을 연일 거칠게 비판하면서 이른바 ‘장관의 품격’ 논란에 휩싸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적극 엄호했다.
미래통합당이 추 장관의 언행을 문제삼으며 공세에 나섰고 당내에서도 일부 비판이 제기되자 7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앞두고 여론전에서 밀려서는 안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박주민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추 장관 발언에 대해서 인성을 거론하거나 표현 방식을 비판하는 지적이 있다”며 “이러한 지적은 많은 국민이 바라는 검찰개혁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고 이에 따라 검언유착,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 등 낡은 문제가 다시 불거지는 현재 상황과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고 밝혔다.
박 최고위원은 “저는 짝꿍(아내)에게 밖에 있다가 들어와도 손을 안 씻고 아이 보는 동안에도 휴대폰을 계속 만진다는 등 잔소리를 많이 듣는다”며 “그러다보니 어제는 짝꿍이 폭발해서 거친 표현으로 짜증을 냈다. 그런데 제가 짝꿍에게 왜 성격이 그 모양이냐고 한다든가 말을 꼭 그렇게 해야 하냐고 하면 과연 이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지적되고 고쳐져야 할 핵심은 전혀 다른 곳에 있다”며 “문제 해결의 시작은 상황을 바로 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익표 의원은 BBS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이견이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서로 토론하고 입장을 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두 분의 관계는 협조해야되는 관계”라며 “검찰총장은 지위는 받지만 기관 특성상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받아야 될 기관의 수장이다. 윤 총장과 추 장관이 사법정의를 위해 함께 힘을 모아주는 것이 더 좋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사건의 본질은 검언유착 관계가 있느냐 없느냐인데 이 부분에서 본인의 가장 가까운 측근이 유착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에 윤 총장도 부담은 될 것”이라며 “본인이 개입하는 것보다는 객관적으로 법무부의 감찰 지시를 수용하는 것이 윤 총장에게도 훨씬 더 합리적인 선택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추 장관을 엄호하는 과정에서 윤 총장에 대한 사퇴 압박이 다시 거론되기도 했다.
설훈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장관과 총장 사이에 갈등이 있으면 해소를 해야 하는데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몇 개월째 이러고 있다”며 “정리를 해보라고 한다면 하위자 (윤 총장이) 물러나는 게 상식”이라고 말했다.
설 최고위원은 지난 19일 “내가 윤석열이라고 하면 벌써 그만뒀다”고 말해 여권의 ‘윤석열 사퇴’ 공개압박 논란을 불러온 바 있다.
그는 추 장관의 윤 총장 비판이 과도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런 부분이 있을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렇다고 추 장관이 크게 비난 받아야 할 일인가 생각한다. 문제의 본질은 장관과 총장이 갈등을 일으키는 게 하루이틀이 아니고 몇 개월째 계속되는 건데, 국민이 볼 때는 ‘법무 행정이 제대로 되는지 불안하다, 빨리 정리해라’ 라는 시각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날 추 장관이 자신의 발언에 대한 비판에 “장관의 언어 품격을 지적한다면 번지수가 틀렸다. 문제는 검언유착”이라고 한 반박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문제의 본질은 추 장관의 언행이 아니라 검찰개혁에 저항하는 ‘윤석열 검찰’에 있다는 게 민주당의 인식인 셈이다.
문재인 정부 초대 법무부장관을 지낸 박상기 전 장관도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검찰총장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총장은 일선 검찰청의 부장검사가 아니다”라며 “지휘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지, 직접 나서서 지시하고 하는 것은 오히려 분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여권의 윤 총장 압박을 거들었다.
앞서 추 장관은 지난 25일 민주연구원 주최로 열린 ‘초선의원 혁신포럼’에서 강연자로 나서 윤 총장을 겨냥해 “지휘했으면 따라야지”, “말 안 들어서 장관이 재지시를 내렸다”는 등의 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다.
윤 총장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과 관련한 위증교사 의혹을 대검찰청 감찰부장이 직접 하도록 한 추 장관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인권부장이 총괄토록 한 데 대한 노골적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추 장관의 언행에 대해 민주당 내에서도 검찰 출신인 조응천 의원이 “삼십년 가까이 법조 부근에 머무르면서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광경으로서 당혹스럽기까지해 말문을 잃을 정도”라며 비판에 나서기도 했지만 이는 소수 의견에 그치고 있다.
대신 추 장관 발언의 적절성 논란이 자칫 검찰개혁의 반대 프레임에 활용될까봐 적극 엄호에 나서는 분위기다. 오는 7월 공수처 출범을 앞두고 여론 주도권을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도 깔렸다.
다만 이해찬 대표가 지난 22일 윤 총장 임기 문제에 대한 당내 언급 자제령을 내림에 따라 이날 지도부 회의에서 윤 총장을 압박하는 발언은 공개적으로 나오지 않았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요즘 검언유착, 제식구 감싸기, 검찰 난맥상 극에 달해 국민 신뢰 잃고 있는데 공수처는 이 문제 해결하고 방지할 수 있는 강력한 방안”이라며 “법률이 정한 시일 내에 출범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추 장관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검찰개혁은 검찰권에 대한 문민통제, 즉 민주적 통제에서 출발한다”며 “문민 장관의 지휘는 새삼스럽고 처음이라는 듯 건건이 지휘를 무력화하려는 시도에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때로는 좌절감이 들기도 하지만 꺾이지 않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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