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식 무기 탑재 B-1B로 때리고 핵무장 가능 B-52로 초토화, 3∼6시간내 끝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北위협 맞서 무력대응 강도 높이는 美
괌기지 B-1B 3시간내 한반도에, 6시간 거리 알래스카엔 B-52
기존 10시간 이상서 대폭 단축

미 공군의 B―52 전략폭격기가 3년 만에 알래스카 아일슨 기지에 정식 배치됐다.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 폭격기의 괌 전진 배치에 이어 미국의 대표적 핵전력인 B―52가 동북아와 가까운 곳에 배치되면서 빠르면 3시간, 길어도 6시간 내 두 폭격기의 한반도 전개 태세가 구축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9일 미 태평양공군사령부에 따르면 B―52 3대가 14∼21일 아일슨 기지에 임시 배치돼 일본 근처에서 최종 훈련 임무를 거쳐 이날 정식 배치됐다. B―52의 아일슨 기지 배치는 2017년 7, 8월 이후 3년 만이다. B―52의 작전 반경에는 일본 인근 해상 등이 포함된다고 미 공군은 전했다. 대북 무력시위 임무도 수행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번 조치로 한반도 유사시 미 폭격기의 확장 억제 태세가 한층 강화됐다는 데 군 안팎에선 이견이 없다.

미국이 4월 괌에 순환 배치했던 B―52 5대를 본토로 철수하자 대한(對韓) 확장 억제 공약이 약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핵잠수함과 함께 미국의 ‘3대 핵우산’으로 꼽히는 B―52를 역내에서 빼게 되면 북한은 물론이고, 그 뒷배를 자임하는 중국에도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하지만 한 달 뒤에 미 본토에서 괌으로 B―1B 4대가 전진 배치된 데 이어 이달 초 루이지애나주 박스데일 기지에서 B―52 3대가 아일슨 기지로 임시 배치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이후 두 폭격기는 한반도 인근 동해와 일본 열도를 비롯해 남중국해 등에 번갈아 투입되면서 ‘전략적 우세’를 과시하는 수순에 돌입했다.

미국의 폭격기 운용 태세 변화는 한반도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더 각별하다. 북한의 핵도발 등 위기 시 3∼6시간 만에 핵·재래식 폭격기가 순차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 B―1B는 괌 기지 이륙 후 약 3시간, B―52는 아일슨 기지 이륙 후 6시간 정도면 한반도 인근에 도착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북한이 ‘김여정발(發) 도발 위협’에 나서자 B―1B와 B―52 편대는 수시로 한반도 인근으로 날아와 경고장을 날렸다. 군 관계자는 “재래식 무기만 탑재하는 B―1B와 달리 핵공격도 가능한 B―52는 북한의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일주일 사이 세 차례나 한반도 인근으로 날아와 평양이 바짝 긴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핵 위기가 극에 달했던 2017년 10월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까지 접근해 무력시위를 벌인 B―1B의 잇단 출현도 북한에 충분한 위협이 됐을 걸로 보인다. 군 당국자는 “과거엔 B―52가 괌에서 한반도로 오는 데 4∼5시간이 걸렸고, 미 본토의 B―1B가 동북아에 전개하려면 10시간 넘게 소요됐다”면서 “이젠 한반도 유사시 3∼6시간 안에 괌의 B―1B 폭격기로 1차 대응을, 아일슨 기지의 B―52가 2차 대응에 나서는 태세를 갖춘 것”이라고 말했다.

두 폭격기의 한반도 동시 전개가 한층 수월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B―52 폭격기가 알래스카로 이동 배치되면서 한반도 전개 거리가 절반(1만 km 이상→5500km) 가까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군 소식통은 “북한 입장에선 서쪽은 재래식 확장 억제력(괌의 B―1B), 동쪽은 핵 확장 억제력(알래스카의 B―52)에 포위된 형국이라 향후 도발 방식과 양상을 두고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미 공군#전략폭격기#b-1b#b-52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