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정부 내에서 강제징용 배상문제를 ‘한국과 협의해 처리하자’는 목소리가 점차 강해지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한국이 국제법 위반 상황을 시정하라”고 말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론 협의를 통한 해결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사안에 정통한 일본 정부 고위 당국자는 최근 ‘징용 문제와 수출규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방안’을 묻는 본보 질의에 “충분히 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는 징용 문제와 별개’라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상 징용 배상 판결로 인해 수출규제 조치가 나온 것이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한일 정치권과 학계에서 ‘징용 문제와 수출규제 동시 해결’ 아이디어가 나온 적이 있지만 일본 정부 고위 당국자가 동시 해결 가능성을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강제징용 배상 문제만 놓고 봐도 과거의 강경 일변도에서 바뀌고 있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상은 5일 “(일본기업 자산이) 현금화(강제 매각)되기 전에 한국과 협의해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밝혔다.
외교 소식통은 “실리주의자이자 ‘포스트 아베’ 후보 중 한 명인 모테기 외상이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방점을 찍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9월 취임한 그는 이른바 ‘모테기 외교’라 이름 붙일 수 있는 성과를 내기 위해 대외 임팩트가 큰 한일 관계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는 것이다. 올해 5월 외교청서에 한국에 대해 ‘중요한 이웃나라’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도 모테기 외상의 의중이 반영됐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의 영향이 예상보다 크지 않았던 것도 강경 자세를 바꾸게 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 진창수 세종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체력이 약해지면서 한일 관계의 우선순위가 낮아졌고, 더 이상 한일 갈등을 키우지 않겠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와 정치권에서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합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가 바뀌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