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 상임위원회에서 모두 과반을 확보하면, 모든 상임위에서 표결로 안건을 처리할 수 있다.”(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최고위원·5월 27일)
한 달여 전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나온 ‘협박성’ 발언이 결국 현실이 됐다. 29일 민주당이 정보위를 제외한 17개 상임위원장을 독식(獨食)함에 따라 ‘민주당 하고 싶은 대로’ 사실상 전 상임위를 주무를 수 있게 된 것. 국회법 54조에 따르면 각 상임위는 재적위원 5분의 1 이상 출석 시 개회하고,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176석 ‘슈퍼 여당’인 민주당은 이미 18개 상임위 전체에서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법제사법위원회 등 주요 6개 상임위에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성원 조건인 5분의 3 이상을 확보했다.
박 최고위원 외에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 등이 줄곧 “(민주당 의석수는) 절대적이고 안정적인 다수로 국회를 책임지고 운영하라는 국민의 뜻”이라고 미래통합당을 강하게 압박해 온 배경이다. 우려했던 ‘거여의 폭주’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 공수처 밀어붙이기 나선 與 “특단 대책 마련”
상임위를 석권한 민주당의 ‘물리력’은 다음 달 15일 출범이 예고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후속법안 처리 과정에서 본격 발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20대 국회에서 공수처 출범과 검찰 개혁을 방해하던 법사위는 이제 없다”며 “민주당은 21대 국회 상반기에 검찰 개혁을 마무리 짓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통합당이 공수처 출범을 방해한다면 공수처법 개정을 통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서라도 반드시 신속하게 공수처를 출범시키겠다”고 강조했다. 통합당이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임명을 거부할 경우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운영 규칙’ 등 공수처법 후속 법안 및 규칙 개정 등을 통해 이를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통합당은 공수처법이 보장하고 있는 ‘비토권’을 최대한 활용할 방침이다. 지난해 12월 패스트트랙으로 통과된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위원은 야당 몫 2명을 포함해 7명이며, 추천위원 가운데 6명이 찬성해야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야당 추천 위원 2명이 공수처장 후보자 임명에 찬성하지 않으면 공수처 출범이 무기한 연장될 수 있다. 하지만 통합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하기 위해 민주당이 과반 의석으로 개정안 등을 밀어붙일 경우 통합당이 이를 막을 별다른 방책은 없다.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공수처를 일방적으로 출범할 수 있는 방법이 (현행법상)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자기들(민주당)이 무리하게 패스트트랙으로 통과시킨 법도 편의대로 바꾸려는 기조가 민주당 내에 있는 것 같아 심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동의도 추진할 듯
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 중인 4·27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동의와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 등 대북 관련 안건 처리 가능성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민주당이 의석수로 밀어붙이면 충분히 의결까지도 가능하지만 입법 독재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는 내부 우려도 적지 않다.
통합당은 일단 경찰청장, 국세청장,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통해 야당의 존재감을 드러낼 계획이다. 상임위원장은 내줬지만 상임위에는 참석해 한명숙 사건 재수사, 추미애-윤석열 갈등, 라임 사태 등 정치·사회적 주요 이슈를 놓고서도 ‘야당 국회의원’의 역할을 하겠다는 기조다. 통합당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교섭단체로서 모든 권한을 말살당했다”며 “야당 의원으로서 최선을 다해 싸우기 위해 전문성과 정책 능력, 의지를 반영한 (통합당 버전의) 상임위 배정표가 필요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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