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과 관련해 국토교통부 장관의 긴급 보고를 받은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부동산 가격 상승이 심상치 않고, 그로 인한 민심 이반도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김현미 국토부 장관에게 다주택자 부담 강화 대책을 주문했다. 6·17부동산대책 이후 전·월세 가격은 물론이고 규제에서 비껴난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등 풍선 효과가 나타나자 다주택자에 대한 고강도 대책 마련을 지시한 것. 문 대통령은 청년·신혼부부 부동산 세금 완화, 3기 신도시 공급 물량 확대를 주문하는 등 보완책 마련도 함께 지시했다.
○ 文, 종부세 개정 지시… “투기성 매입 규제해야”
문 대통령은 이날 김 장관의 긴급 보고를 받고 네 가지 방향으로 주택 정책을 마련하도록 주문했다. 첫째는 청년·신혼부부 등 생애 최초 구입자에 대한 세금 부담 완화다. 문 대통령은 “서민들은 두텁게 보호되어야 하고, 그에 대한 믿음을 정부가 줘야 한다”면서 “실수요자, 생애 최초 구입자, 전·월세에 거주하는 서민들의 부담을 확실히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생애 최초 특별공급 물량 확대도 지시했다. 6·17부동산대책 이후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수도권 거주 2030세대를 중심으로 “내 집 마련이 더 어려워졌다”는 불만이 나오자 이들에 대한 부담 완화를 지시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두 번째로 “투기성 매입에 대해선 규제해야 한다는 국민 공감대가 높다”며 다주택자에 대한 과세 강화를 지시했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참모들에게 21대 국회에서 최우선 입법 과제로 종합부동산세 개정안을 지시했다. 현재 부동산 가격 상승의 배경에는 다주택자가 있다고 보고 더 강력한 과세를 통해 규제해야 한다는 의미다.
종부세법 개정안은 지난해 12·16대책에서 발표한 내용으로 다주택자에게 최고 4% 세율을 매기는 것이 핵심이다. 3주택 이상 보유자나 조정대상지역에서 2주택 이상을 보유한 사람에게 적용하는 세율을 기존 0.6∼3.2%에서 0.8∼4.0%로 높인다. 1주택 보유자와 규제지역이 아닌 곳의 주택을 2채 보유한 사람에게 적용하는 세율도 기존 0.5∼2.7%에서 0.6∼3.0%로 높인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은 종부세법 개정안을 포함한 ‘부동산 5법’ 처리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요건 강화 등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 분양권 불법 전매 시 10년간 청약을 제한하는 주택법 개정안, 임대사업자에게 주는 세제 혜택을 줄이는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등이다.
세 번째로는 공급 물량 확대를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또 “정부가 상당한 물량의 공급을 했지만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으니 발굴을 해서라도 추가로 공급 물량을 늘리라”며 “내년에 시행되는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물량을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는 6·17대책에 대한 보완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반드시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며 “보완책이 필요하면 주저하지 말고 언제든지 추가 대책을 만들라”고 했다. 이런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국토부는 관계 부처와 협의해 구체적인 정책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 2030 지지율 이반에 여권 “누군가 책임져야”
이날 김 장관의 긴급 보고는 전날까지도 예정에 없었다. 청와대가 긴급하게 김 장관을 호출한 것은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한 2030세대의 지지 이탈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날 리얼미터 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49.4%를 기록했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50% 이하로 내려간 것은 15주 만이다.
여권 관계자는 “2030세대가 대출 규제 등으로 구입이 막히면서 불만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리얼미터 조사에서 30대 지지율은 46.5%로 전주 대비 7.4%포인트 하락했다.
연이은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자 여권에서는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책임의 화살은 우선 김 장관과 김상조 대통령정책실장으로 향하고 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인사를 통한 분위기 쇄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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