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 라인을 재정비한 정부가 북-미 대화 ‘촉진자’를 자처하며 검토 중인 카드는 이른바 ‘스몰딜+α(알파)’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가 ‘하노이 노딜’ 당시 제시했던 방안에서 반 발씩 양보하는 협상안으로 정부 핵심 관계자는 이를 “북-미 교착을 풀 현실적인 답”으로 평가해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스몰딜+α’ 추진은 북-미 모두의 상당한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하는 만큼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한 데다 ‘완전한 비핵화(CVID)’에서 물러서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노이 결렬’의 핵심 원인 중 하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영변 핵시설 폐기를 대가로 미국이 2016년 이후 도입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5건을 모두 해제해 달라고 시종일관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핵심 참모들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포함한 핵시설 전체를 ‘신고’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의 전체가 아닌 1% 해제 같은 것은 어떠냐”며 ‘스몰딜’을 제안하기도 했다고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회고록에서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그렇게 되면 나는 얻는 게 없다”고 거부했고 결국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은 노딜로 끝났다.
문재인 정부 2기 외교안보 라인의 구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언급했던 ‘스몰딜’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에 일부 추가 비핵화 조치를 더한 새 제안을 내놓고 미국이 일부 대북제재 해제로 화답하는 시나리오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한 번의 회담으로 더 획기적으로 진전된 양보안은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영변 핵시설 폐기를 뼈대로 한 제안을 일단 수용하는 것이 낫다는 아이디어를 미국에 건네 왔다”고 말했다.
11월 미 대선 전 북-미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에 회의적인 미국 내 전문가들 중 일부도 이 같은 ‘스몰딜+α’가 현실적 방안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해리 카자니스 미 국익연구소 한국담당 국장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완전히 폐기하고 미국이 ‘스냅백(약속 불이행 시 제재 재도입) 조건으로 대북제재의 30% 정도를 해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북한이 ‘하노이 노딜’때보다 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스몰딜+α’안도 일단 거부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스톡홀름 실무협상 종료 후 “미국이 (북한 인민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적대시 정책을 완전하고 되돌릴 수 없게 철회하기 전엔 협상 의욕이 없다”며 대북제재 외에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중단 등을 요구했다. 4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도 담화에서 “우리의 비핵화 조치를 조건부적 제재 완화와 바꿔 먹을 수 있다고 보는 공상가들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방한이 임박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도 비핵화의 ‘전체 큰 그림’을 논의하기 전 대북제재부터 논의하는 협상에 대해선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건 부장관은 이미 북한에 상세한 ‘비핵화 로드맵’을 제시한 상황으로, 미 의회의 반발 등을 고려해 제재 해제 문제는 후순위로 논의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생명을 걸고 싸우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청와대의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스몰딜+α는 완전한 비핵화와는 거리가 먼 만큼 대선 전 자신의 정치적 명운을 김정은의 손에 맡길지는 의문스럽다”고 평가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영변 핵시설 폐기 제안을 거부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스몰딜’을 받아들일 경우 CVID를 포기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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