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 ‘이벤트성 북미회담’ 거부… 실질적 제재 해제 카드 압박한 것
비건 방한 앞두고 선제적 메시지
북한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한을 앞두고 대미, 대남 압박 메시지를 내놨다. 표면적으로 미국과의 대화를 거부한다는 내용이지만 북한의 대화 의지와 협상 여지를 동시에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5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전날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사진)은 담화를 통해 “조미(북-미) 대화를 저들의 정치적 위기를 다뤄 나가기 위한 도구로밖에 여기지 않는 미국과는 마주앉을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특히 최 부상은 “누구의 국내정치 일정과 같은 외부적 변수에 따라 우리 국가의 정책이 조절 변경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이벤트성 북-미 정상회담에는 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최 부상의 담화 발표는 북-미 간 실무협상 재개를 알린 지난해 10월 1일 이후 약 9개월 만이며 대미 메시지로는 7개월 만이다. 올해 들어 공개 메시지를 낸 것은 처음이다. 최 부상은 “당사자인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겠는가에 대해서는 전혀 의식하지 않고 섣부르게 중재 의사를 표명하는 사람이 있다”며 미 대선 전 북-미 정상회담을 돕겠다는 문재인 대통령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정부는 최 부상의 담화가 나온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외교안보 라인 교체가 이뤄진 다음 날이자 이번 주로 예정된 비건 부장관의 방한을 앞두고 북한 외무성의 대미 외교를 총괄하는 최선희가 직접 나선 것은 북한이 한미의 최근 동향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는 의미라는 것.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미국이 대화를 재개하려고 한다는 것을 읽었고 북한이 선수를 친 것”이라며 “(완전한) 대북제재 해제라는 카드를 가지고 오지 않는 한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며 미국을 압박하는 전략”이라고 밝혔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도 당장 북-미 합의를 이끌어낼 상황이 아니라는 점은 알고 있을 것”이라며 “(8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의 중단을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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