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현, 송영길 외통위원장에 쓴 편지 못 보낸 사연[고성호 기자의 다이내믹 여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7일 17시 30분


두 달 전까지만 해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지낸 무소속 윤상현 의원은 요즘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북한 핵 문제 해결이 한 뼘도 진척되지 않고 있다”며 국민 대북특사단 파견 등을 주장하기도 했다. 또 최근 단행된 통일부 장관과 국가정보원장 인선 등과 관련해서도 ‘회전문 인사’라며 날을 세우기도 했다.

그런 윤 의원이 최근 속앓이를 하고 있다. 고민의 대상은 바로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송 의원은 최근 정치권에서 논란의 중심에 있다. 이달 4일 감자를 수확하며 북한 동요를 부른 동영상을 올리고,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와 관련해서도 “포(砲)로 안 쏜 것이 어니냐”고 발언한 게 발단이 됐다.

이쯤 되면 윤 의원의 독설을 피해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윤 의원은 송 의원과 관련해선 별다른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외통위원장으로서 국익을 위해 몸을 던져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얘기하고 싶지만 20년 넘은 친구 관계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

두 사람의 인연은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때 인천 계양·강화갑에 출마한 송 의원을 도와준 것. 당시 송 의원은 낙선했지만 당적을 넘어선 윤 의원과의 우정은 계속됐다. 두 사람은 대학 입학도 같은 해에 했다. 1962년 태어난 윤 의원은 서울대 81학번이고, 1963년생인 송 의원은 연세대 81학번이다.

사실 윤 의원은 이런 고민을 담아 최근 송 의원에게 편지 한 통을 썼다. ‘친구 송영길 위원장에게…’ 라는 제목도 붙였다. 하지만 끝내 편지를 부치진 않았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지낸 무소속 윤상현 의원이 외교통일위원장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작성한 편지.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지낸 무소속 윤상현 의원이 외교통일위원장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작성한 편지.

윤 의원은 편지에서 “대북관계와 관련한 외통위원장의 견해와 입장은 좀 더 넓고 크게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또 “북한에 대한 연민은 동포애로서 이해고도 남지만 국내는 물론 외신들도 외통위원장 말 한마디에 주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발언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취지다. 윤 의원은 이어 “잠시마나 먼저 했던 외통위원장 경험을 나누고자 한 것이니 다른 생각 없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윤 의원은 이와 관련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20년 이상 된 친구에게 훈수를 두는 것 같이 비쳐질 것 같았다. 영길이가 항상 잘 되기를 바란다” 며 편지가 우정에서 비롯된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비슷한 사연은 또 있다. 미래통합당 한무경 의원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편지를 남긴 것이다. 한 의원과 추 장관은 대구 경북여고 제48회 졸업생이다. 한 의원도 추 장관에게 A4용지 한 장 분량의 편지를 썼지만 부치지 않은 상태다.

미래통합당 한무경 의원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보내려던 편지.
미래통합당 한무경 의원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보내려던 편지.

한 의원은 편지에서 “추 장관의 언행이 과연 검찰개혁을 위한 노력인지, 윤석열을 찍어내기 위한 술수인지 국민들은 헷갈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품격 있는 모습을 유지하고, 법과 제도를 스스로 존중하는 법무부 장관으로 기억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고 적었다.

이에 앞서 추 장관은 윤 검찰총장을 향해 “지시의 절반을 잘라 먹었다. 말 안 듣는 검찰총장과 일해 본 법무부 장관을 본 적이 없다” 며 거친 발언을 쏟아내 논란을 샀다.

한 의원은 편지에서 “문재인 정부의 법무부장관이라는 자리가 얌전한 여고생을 싸움닭으로 변화시킨 것 같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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