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까지만 해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지낸 무소속 윤상현 의원은 요즘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북한 핵 문제 해결이 한 뼘도 진척되지 않고 있다”며 국민 대북특사단 파견 등을 주장하기도 했다. 또 최근 단행된 통일부 장관과 국가정보원장 인선 등과 관련해서도 ‘회전문 인사’라며 날을 세우기도 했다.
그런 윤 의원이 최근 속앓이를 하고 있다. 고민의 대상은 바로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송 의원은 최근 정치권에서 논란의 중심에 있다. 이달 4일 감자를 수확하며 북한 동요를 부른 동영상을 올리고,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와 관련해서도 “포(砲)로 안 쏜 것이 어니냐”고 발언한 게 발단이 됐다.
이쯤 되면 윤 의원의 독설을 피해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윤 의원은 송 의원과 관련해선 별다른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외통위원장으로서 국익을 위해 몸을 던져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얘기하고 싶지만 20년 넘은 친구 관계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
두 사람의 인연은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때 인천 계양·강화갑에 출마한 송 의원을 도와준 것. 당시 송 의원은 낙선했지만 당적을 넘어선 윤 의원과의 우정은 계속됐다. 두 사람은 대학 입학도 같은 해에 했다. 1962년 태어난 윤 의원은 서울대 81학번이고, 1963년생인 송 의원은 연세대 81학번이다.
사실 윤 의원은 이런 고민을 담아 최근 송 의원에게 편지 한 통을 썼다. ‘친구 송영길 위원장에게…’ 라는 제목도 붙였다. 하지만 끝내 편지를 부치진 않았다.
윤 의원은 편지에서 “대북관계와 관련한 외통위원장의 견해와 입장은 좀 더 넓고 크게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또 “북한에 대한 연민은 동포애로서 이해고도 남지만 국내는 물론 외신들도 외통위원장 말 한마디에 주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발언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취지다. 윤 의원은 이어 “잠시마나 먼저 했던 외통위원장 경험을 나누고자 한 것이니 다른 생각 없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윤 의원은 이와 관련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20년 이상 된 친구에게 훈수를 두는 것 같이 비쳐질 것 같았다. 영길이가 항상 잘 되기를 바란다” 며 편지가 우정에서 비롯된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비슷한 사연은 또 있다. 미래통합당 한무경 의원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편지를 남긴 것이다. 한 의원과 추 장관은 대구 경북여고 제48회 졸업생이다. 한 의원도 추 장관에게 A4용지 한 장 분량의 편지를 썼지만 부치지 않은 상태다.
한 의원은 편지에서 “추 장관의 언행이 과연 검찰개혁을 위한 노력인지, 윤석열을 찍어내기 위한 술수인지 국민들은 헷갈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품격 있는 모습을 유지하고, 법과 제도를 스스로 존중하는 법무부 장관으로 기억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고 적었다.
이에 앞서 추 장관은 윤 검찰총장을 향해 “지시의 절반을 잘라 먹었다. 말 안 듣는 검찰총장과 일해 본 법무부 장관을 본 적이 없다” 며 거친 발언을 쏟아내 논란을 샀다.
한 의원은 편지에서 “문재인 정부의 법무부장관이라는 자리가 얌전한 여고생을 싸움닭으로 변화시킨 것 같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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