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백두혈통’ 남매에 대한 소송전이 국내에서 잇달아 제기되면서, 제2의 ‘삐라 갈등’이 재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백두혈통을 겨냥한 소송들에 대해 북한이 ‘최고존엄 모독’을 언급할 경우, 남북관계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뒤따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은 6·25 전쟁 당시 북한에 억류돼 강제 노역을 하다 탈북한 국군포로 한모 씨와 노모 씨가 북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북한과 김 위원장이 한 씨와 노 씨에게 2100만 원씩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해당 판결은 북한과 김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받아들여진 최초의 사례로 꼽히며 화제가 됐다. 이 같은 판결이 나오면서 관련 단체들도 향후 유사한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로 인해 피해를 입은 이들도 북한을 상대로 손해배상 제기를 검토하겠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에 대한 고발장도 접수됐다.
법무법인 동북아 이경재 변호사는 전날(8일) 김 제1부부장과 박정천 북한군 참모총장을 폭발물 사용과 공익건조물 파괴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 변호사는 고발장에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합의문에 따르면 사무소의 남측 관리 구역과 전체적 건물 유지 관리는 통일부에서 맡(고 있어) 대한민국 정부의 재산이 분명하다”며 “연락사무소 폭파로 최소 180억 원의 피해를 보았고, 피고발인 김여정 등의 범죄행위는 통일부의 발표 등 자료에 의해 증거가 충분히 확보돼 있다”라고 처벌을 주장했다.
국군포로 손해배상 승소 후 이처럼 북한 백두혈통 남매에 대한 추가 소송 움직임이 감지되면서 한동안 ‘대북 소송전’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선 북한을 향한 소송이 제기되는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남북관계의 또 다른 변수로 작용되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나온다.
지난달 북한이 대북 전단(삐라) 문제를 남북관계 전반의 핵심 이슈로 끌어올리며 예민하게 반응한 것과 마찬가지로 대북 소송전에도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삐라 문제처럼 대북 소송전을 자신들의 최고존엄에 대한 공격으로 인식할 수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이 문제가 제2의 삐라 갈등처럼 번진다면, 한미합동군사연습 및 훈련 시기를 앞둔 상황에서 북한이 우리 측에 또다시 남북관계 경색의 책임론을 씌울 수도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아울러 삐라 사태 당시 북측이 우리 정부를 향해 살포 문제를 컨트롤해줄 것을 우회적으로 요구했듯, 대북 소송전에서도 ‘최고존엄 모독’에 대한 관리를 촉구하고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통일부는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여정 제1부부장에 대한 고발 등 법적 검토 움직임에 대해 “관련 보도를 확인했고, 진행상황을 좀 더 지켜보도록 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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