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독립기념일 DVD 얻겠다”…또 ‘특유 어법’ 과시한 김여정

  • 뉴스1
  • 입력 2020년 7월 10일 14시 16분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방남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밝게 웃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18.2.10/뉴스1 © News1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방남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밝게 웃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18.2.10/뉴스1 © News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올해 북미 정상회담은 무익하다”라는 입장을 발표한 가운데 그의 ‘특유의 화법’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김 제1부부장은 이날 담화에서 ‘백두혈통’으로서의 권위를 가감 없이 드러내는 독보적인 화법을 구사했다. 정형화된 형식을 벗어나 자유롭게 개인의 생각과 의지를 드러내는 언급이 나온 것이다.

그는 먼저 “어디까지나 내 개인의 생각이기는 하지만 모르긴 몰라도 조미 수뇌회담(북미 정상회담)과 같은 일이 올해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연내 북미 정상회담 개최 여부가 북미 관계에 중대한 사안이 될 것임을 감안하면 ‘내 개인의 생각’이라는 발언은 일면 가벼워 보이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곧바로 그는 “하지만 또 모를 일”이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결심하면 정상회담이 열릴 수도 있다는 아리송한 발언을 이어갔다.

이밖에도 그는 담화에서 줄곧 “나는”이라고 발언 주체를 명시하면서 자신의 의견이 곧 국가의 결정이라는 권위와 맞먹는다는 것을 시사했다.

이 같은 발언을 담화에 실을 수 있는 인물은 김 제1부부장이 유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백두혈통으로서 김정은 위원장의 권위를 대신할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6월 대남 적대 국면에서 관련 사업을 주도하면서 김 위원장과 당, 국가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의 방한 이후 이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이날 대미 관련 담화를 낸 것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읽힌다.

이날 담화에서 또 눈에 띄는 발언은 ‘DVD’와 관련된 발언이었다.

김 제1부부장은 담화 말미에 “끝으로 며칠 전 TV 보도를 통해 본 미국 독립절 기념행사에 대한 소감을 전하려고 한다”라며 “가능하다면 앞으로 독립절 기념행사를 수록한 DVD를 개인적으로 꼭 얻으려 한다는데 대해 위원장 동지(김정은 위원장)로부터 허락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얼핏 전체 담화 맥락과 무관해 보이는 언급이 나온 것을 두고도 여러 가지 해석이 엇갈린다.

이날 담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기대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기도 한 김 제1부부장이 트럼프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진행한 행사에 대해 호평을 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반대로 적절하지 않은 시점에 이뤄진 대대적 행사에 대한 비판을 의식해 김 제1부부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조롱’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독립기념일 행사를 대대적인 불꽃놀이와 에어쇼를 동원해 진행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도 불구하고 그가 지지층 결집을 위해 대대적 행사를 감행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다만 담화 마지막에 “위원장 동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에서 반드시 좋은 성과가 있기를 기원한다는 자신의 인사를 전하라고 했다”라고 언급한 것을 봤을 때 DVD 관련 발언도 호의성 발언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일각에서는 DVD가 미국에서 전달돼야 하는 점과, 북한에서 이 같은 물품이 자유롭게 수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감안하면 김 제1부부장이 또 한 번의 정상 간 ‘친서 교환’ 등을 염두에 둔 발언을 한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전반적으로 이날 담화는 김 제1부부장의 정치적 위상을 다시 한번 부각하는 계기가 됐다. 올해 발표한 몇 번의 담화에서 그는 매번 자신만의 언어로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는 등 다른 간부들이 시도할 수 없는 화법을 구사했다.

또 그가 대남관계뿐만 아니라 대미관계에도 영향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의 ‘외치’를 그가 일선에서 챙기며 총괄하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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