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정 “박원순 조문 안 간다…피해자 외롭지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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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7월 10일 14시 52분


류호정 정의당 의원. 사진=뉴스1
류호정 정의당 의원. 사진=뉴스1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10일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비보와 관련해 “저는 조문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도 “모든 죽음은 애석하고, 슬프다. 유가족분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신이 외롭지 않기를’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박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서울시 직원 A 씨를 언급하고 이같이 말했다.

류 의원은 “고인의 명복을 비는 사람들의 애도 메시지를 보고 읽는다. 고인께서 얼마나 훌륭히 살아오셨는지 다시금 확인한다”면서도 “그러나 저는 ‘당신’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A 씨를 응원했다.

그는 A 씨를 향해 “존경하는 사람의 위계에 저항하지 못하고 희롱의 대상이 돼야 했던 당신이, 치료와 회복을 위해 필요하다는 정신과 상담을 받고서야 비로소 고소를 결심할 수 있었던 당신이, 벌써부터 시작된 ‘2차 가해’와 ‘신상털이’에 가슴팍 꾹꾹 눌러야 겨우 막힌 숨을 쉴 수 있을 당신이 혼자가 아님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사진=서울시 제공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사진=서울시 제공

특히 “영화 ‘굿 윌 헌팅’ 속 등장인물 ‘숀’이 주인공 ‘윌’에게 ‘네 잘못이 아니야(It’s not your fault)’라고 말했다”면서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폭로로 다시 회자됐던 이 말을, 닿을지 모르는 공간에서, 볼 수 있을지 모를 당신에게 전한다”고 했다.

이어 “어제 오늘의 충격에서, ‘나의 경험’을 떠올릴 ‘당신들’의 트라우마도 걱정”이라며 “우리 공동체가 수많은 당신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덧붙여 2차 피해를 막을 안전한 환경 조성을 위해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는 “정의당의 5대 우선입법과제 중 ‘성범죄 처벌 강화를 위한 형법 개정’을 맡았다”며 “강간죄의 구성요건에 위계와 위력, 상대방의 동의 여부를 추가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고 밝혔다. 고한석 서울시장 비서실장은 이날 “어제 오전 박원순 시장께서 공관에서 나오시면서 유언장을 작성했다”며 “공관 정리하던 주무관이 발견했고 유언장 공개는 유족 뜻에 따라야 하므로 오늘 오전 유족들과 유언장 공개를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유족들 뜻에 따라 유언장 공개를 결정했다”며 “지금 보여드리는 유언장이 어제 공관 서재 책상 위에 놓여있던 원본”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서울시 제공
서울시는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고 밝혔다. 고한석 서울시장 비서실장은 이날 “어제 오전 박원순 시장께서 공관에서 나오시면서 유언장을 작성했다”며 “공관 정리하던 주무관이 발견했고 유언장 공개는 유족 뜻에 따라야 하므로 오늘 오전 유족들과 유언장 공개를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유족들 뜻에 따라 유언장 공개를 결정했다”며 “지금 보여드리는 유언장이 어제 공관 서재 책상 위에 놓여있던 원본”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서울시 제공

류 의원의 이 같은 발언에 일부 누리꾼들은 갑론을박을 펼쳤다.

한 누리꾼은 “조문을 하든 안 하든 하나도 관심 없지만 돌아가신 분의 조의에 관한 글만 써줬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고, 다른 누리꾼은 “대리로 조문하면 되지 않느냐”며 과거 대리게임 논란을 빚은 류 의원을 비판했다.

이와 반대로 “피해자와 연대해주셔서 고맙다”, “다른 의원들과 다르게 목소리 내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한 누리꾼들도 있었다.

한편 정의당은 이날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북한산 인근에서 생을 마감한 채 발견됐다. 참으로 당혹스럽고 황망한 일”이라며 “고인이 걸어온 민주화운동, 시민운동, 그리고 행정가로서의 삶을 반추하며 비통한 마음뿐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도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고 성명을 냈다.

서한길 동아닷컴 기자 stre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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