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추켜세우며 유화 제스처… 물밑접촉 염두에 둔 신호 분석도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미국에 “독립절 기념행사 DVD를 꼭 달라”고 요청했다. 11월 대선 승리에 사활을 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추켜세우며 대미 유화 제스처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김여정은 10일 조선중앙통신에 공개한 담화에서 “며칠 전 TV 보도를 통해 본 미국 독립절 기념행사에 대한 소감을 전하려고 한다. 가능하다면 앞으로 독립절 기념행사를 수록한 DVD를 개인적으로 꼭 얻으려 한다는 데 대하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동지로부터 허락을 받았다”고 했다.
서구 문물 유입을 통제하는 북한에서 ‘2인자’인 김여정이 공개적으로 미국에 DVD를 요청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성공을 위한 쇼”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이달 4일 독립기념일 행사에서 대대적인 불꽃놀이와 에어쇼를 진행한 것을 염두에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기원 메시지를 보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이 참석하는 주요 행사의 의전을 직접 챙겨온 김여정이 올해 10월로 예정된 노동당 창건 75주년 행사를 앞두고 독립기념일 행사를 실제로 참고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일각에선 DVD 교환을 명분으로 한 북-미 간 친서 교환이나 물밑 접촉을 염두에 두고 ‘비밀 신호’를 보낸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DVD를 주고받으면서 대화 물꼬가 터질 수도 있다”며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행사를 앞두고 ‘참고용’으로 사용하겠다는 메시지로 읽을 수 있다”고 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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