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총리는 취임 후 일주일 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에서 발병해 방역 활동에 주력했지만, 코로나19 외에도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과 노사정 협의 등 국정의 주요 고비마다 해결사를 자처해 존재감을 발휘했다.
정 총리의 지난 6개월간 행보는 ‘코로나 총리’로 압축된다. 정 총리 본인도 그간 기자간담회 등 자리에서 “경제 총리가 되려고 했는데 코로나 총리가 됐다”는 말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해왔다.
기업인 출신이자 참여정부에서 산업부 장관을 지낸 ‘경제통’으로서 뜻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담긴 말이지만, 정 총리는 코로나19 국면에서 방역을 안정적으로 지휘하면서 리더십을 보였다.
정 총리는 코로나19 위기경보가 지난 2월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된 이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본부장을 맡았다. 특히 대구에서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2월 말부터 약 3주간 현장에서 지휘하면서 의료 인력 확충, 병상 확보, 마스크 수급 등 주요 현안에 해법을 제시했다.
출생연도에 따라 공적 마스크 구매량을 제한하는 ‘마스크 5부제’가 정 총리의 대표적인 아이디어다. 마스크 5부제 시행 이후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이 사라졌고, 수급이 안정화됐다. 정 총리는 중증 환자를 수용할 음압병상이 부족해지자 경증 환자를 기업이나 공공기관 연수원에 별도로 격리하는 ‘생활치료센터’ 확보에도 앞장섰다.
아울러 정 총리가 각 부처 장관들과 지방자치단체장이 모두 참여하는 중대본을 총괄함에 따라 현장에서 발생하는 애로 등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역시 “총리님이 본부장을 맡으신 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협조가 유기적이고 빨라졌다”며 “코로나19 대응에는 총리님 역할이 제일 컸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총리’는 지난 4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둘러싼 갈등 국면에서도 해결사를 자처했다. 당초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소득 하위 70%에게 지급한다는 기준을 세웠다.
그러나 국회에서 2차 추경을 심의하면서 전 국민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됐고, 이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공개적으로 반대하면서 갈등이 고조됐다. 특히 긴급재난지원금이 코로나19로 생계가 어려운 취약계층에게 더욱 필요하다는 점에서 추경 통과가 늦어지는 것에 비판 여론이 일었다.
이에 정 총리는 홍 부총리를 두 차례 면담하며 설득했고, 4월22일 ‘고소득자의 자발적 기부를 가능하게 하는 제도 마련’을 전제로 여당의 전국민 지급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정부 입장을 발표했다.
나아가 기재부 일각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을 두고 ‘뒷말’이 흘러나오자 정 총리는 이튿날 국정현안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정부의 입장이 정리됐음에도 불구하고 국민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발언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기강잡기에 나섰다. 국회의원 시절부터 ‘미스터 스마일’이라는 별명으로 불린 정 총리지만, 내각을 통할하는 총리로서 필요한 질책은 아끼지 않았다.
이는 정 총리가 지난 8일 중대본 회의에서 정부·지자체 고위 공직자들의 다주택 보유 현황 실태를 조사하고, 실거주 1주택을 제외한 주택을 모두 처분하라고 지시한 것에서도 드러났다. 정 총리는 “고위 공직자들이 여러 채 집을 갖고 있다면 어떠한 정책을 내놓아도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가 어렵다”며 “다주택자의 경우 하루빨리 매각하도록 조치를 취하라”고 주문했다.
이 역시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정부여당의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 총리가 총대를 멘 셈이다. 일각에서는 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주장도 제기되지만, 총리가 직접 다주택 처분을 지시했고 인사권 역시 대통령에게 있는 만큼 고위 공직자들은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정 총리의 자체 브랜드인 ‘목요대화’도 빼놓을 수 없다. 정 총리는 취임 당시부터 주요 사회 갈등 해결모델로서 당사자를 공관에 초청해 갈등을 조정하는 협치모델로 ‘목요 대화’를 활용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해진 지난 4월23일부터 시작한 목요대화는 포스트 코로나를 주제로 각 분야 원로와 전문가를 초청한 가운데 여섯 차례 열렸고, 논의 내용은 정부 TF에서 구체화 돼 정책 과제로 구체화됐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화도 목요대화를 무대로 삼아 열렸다. 정 총리는 코로나19에 따른 경제·고용 위기 극복을 위해 경영계와 노동계의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대표자들을 직접 만나 대화 참여를 촉구했다. 그 결과 지난 5월20일 민주노총까지 참여하는 노사정 대화가 22년만에 열렸다.
정 총리는 대화가 지지부진하자 지난달 18일 한 차례 더 대표자들을 초청했고, 그 결과 고용유지를 위한 정부 역할 및 노사 협력, 기업 살리기 및 산업생태계 보전, 전국민 고용보험 도입 등 사회안전망 확충 등을 골자로 하는 합의문까지 도출했다.
민주노총 강경파가 ‘총고용 보장’ 등을 요구하면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협약식에 불참해 최종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민주노총을 제외한 나머지 주체는 합의문의 정신을 최대한 이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도 오는 20일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노사정 합의문의 수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노사정 합의가 최종 타결된다면 정 총리의 재임 중 큰 성과로 남을 전망이다.
향후 정 총리는 경제 행보를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목요대화에서도 중소·중견기업 대표들을 만나 애로사항 등을 청취했다. 특히 정 총리는 문재인 정부의 3대 경제정책(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 중 혁신성장을 최우선으로 꼽고, 4차 산업혁명 미래 먹거리 마련을 이루고 싶은 과제로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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