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장에 이어 서울시장까지 공석이 되면서 내년 4월 보궐선거가 ‘대선 전초전’으로 판이 커지게 됐다.
부산과 서울 모두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장이 성추문으로 사퇴하거나 생을 마감하며 공석이 된 상황이라 보궐선거에 여당이 후보를 내도 되느냐는 논란도 불가피해졌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책임론’을 피할 수 없는 여당이지만,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을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낮다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대선 전초전’이 될 보궐선거에서 후보를 내지 않으면 대선 정국까지 야당에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경우 여당 책임론 등 윤리적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민주당은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물러난 이후 치러진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후보를 냈고, 양승조 지사가 당선된 바 있다. 이번에도 당내에서는 “부산시장뿐 아니라 서울시장도 후보를 내야 한다”는 의견이 상당하다.
우리나라 수도에서 1000만 시민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서울시장과 제2도시 부산시장을 야당에 빼앗길 경우 차기 대선 판도까지 영향권 안에 들어간다는 위기의식에서다. 만약 이재명 경기도지사까지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될 경우 내년 4월 보궐선거는 ‘대선 전초전’으로 여야가 명운을 건 정면대결을 벌일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실현 가능성과 무관하게 차기 서울시장 후보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 박영선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우상호 민주당 의원, 박주민 최고위원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 만든 당헌이다. 당헌 96조 2항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 선거를 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헌에 따르면, 고 박원순 시장과 오거돈 전 시장을 둘러싼 여직원 성추행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중대한 잘못’으로 인정돼 후보 공천을 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고인이 된 박 시장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가 종결됐다. 사건의 실체적 진실 규명이 불가능해졌기에 당헌 그대로 적용하기는 무리라는 당내 의견이 힘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 4월 오거돈 시장 사퇴 당시에도 당내에선 의견이 분분했다. 이 같은 논란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반복되는 양상이다. 민주당 내에선 선거로서 유권자의 심판을 받으면 되는 것이지,후보를 내지 않을 이유가 있느냐는 의견과, 후보를 내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는 자충수가 될 것이란 의견이 맞서고 있다.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뉴스1과 통화에서 “시장 후보를 안내는 것이 도의적으로는 맞다. 그래야 공직자의 도덕적 수준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는 강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면서도 “다만 대선으로 이어지는 대선급 보궐선거에서 지도부가 후보를 내지 않는 결단을 내리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당에선 아직까지 박 시장 장례도 마무리하지 않은 상황에서 보궐선거에 대한 언급 자체를 꺼리고 있다. 후보를 낸다고 대놓고 말할 수도, 그렇다고 서울과 부산이란 상징적인 두 도시에 여당이 후보를 내지 않고 백의종군 하겠다고 하기도 어렵다.
결국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 둘 중 하나가 될 차기 당 대표의 결단으로 넘어가게 될 전망이다.
민주당 원내관계자는 통화에서 “지금 보궐선거 후보를 내느냐 마느냐를 말하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차기 당 지도부가 결정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차기 당 대표는 2022년 대선을 1년 앞두고 치러지는 대선급 보궐선거에 대한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리고 그 결과에도 책임져야 하는 만만치 않은 짐을 안게 됐다. 이낙연 의원 측은 “상중이라 보궐선거 등에 대한 언급을 할 수는 없다”며 “이런 때일수록 정치인들의 성숙한 의식과 신중한 언행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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