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위해 전쟁을 기억하라” 강조한 노병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13일 03시 00분


[백선엽 장군 별세]“中 믿을 수 없어… 美와 함께 가야”
의식 잃기 전까지 한미동맹 당부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故  백선엽 장군(1920-2020) 빈소. 김동주기자 zoo@donga.com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故 백선엽 장군(1920-2020) 빈소. 김동주기자 zoo@donga.com
백선엽 장군은 병석에서도 대한민국의 안보를 내내 걱정했다고 한다. 석 달 전 병세가 악화돼 의식의 끈을 놓기 직전까지 “우리가 어디에서 힘을 얻을까 봤을 때 중국은 믿을 수 없다. 미국과 함께 가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사실상 대한민국에 남긴 유언인 셈이다.

고인은 생전 두 차례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6·25전쟁의 쓰라린 경험과 교훈, 북한 위협의 실체 및 대북관계의 유의점, 한미동맹의 중요성에 대해 확고한 소신을 밝혔다. 온몸을 던져 1128일간 6·25전쟁을 겪어낸 노병이 인터뷰에서 쏟아낸 ‘촌철살인’과도 같은 어록은 작금의 대한민국이 처한 안보상황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6·25 최대 격전인 다부동 전투 등에서 숱한 전우의 희생을 목격한 그는 “평화를 위해 전쟁을 기억하라”, “자유와 평화는 절대 공짜가 없다”고 누차 강조했다. 지금의 대한민국이 누리는 자유와 번영, 풍요가 얼마나 많은 피와 고귀한 희생의 대가인지를 잊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한미동맹은 사활적 국익이 걸린 문제”라고도 역설했다. 강력한 한미동맹은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고, 경제대국으로 성장하게 만든 원동력인 동시에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원활한 협조관계를 위해서 필수적임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당부였다.

북한에 쓸데없는 환상을 갖지 말라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백 장군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대남위협이 사라지기 전에 평화체제나 협정을 운운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냉철한 상황 인식을 주문했다. 2012년 본보 인터뷰에선 김정은 3대 세습체제는 윗대의 고심과 고통을 모르기 때문에 예측이 힘들고, 도발 위험성도 크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신규진 기자
#백선엽 장군#별세#한미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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