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4일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은 대한민국 대전환의 시작”이라며 새로운 일자리가 2022년까지 89만 개, 2025년까지 190만 개 창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를 위해 2022년까지 67조7000억 원을, 2025년까지 총 160조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투자비 조달 방안이 아직 나오지 않았고, 사업 기간이 다음 정부까지 이어져 있어 계속 추진될지 의문인 만큼 실행 가능성을 높일 구체적인 계획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를 열고 ”한국판 뉴딜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사회계약“이라며 ”변화에 뒤처지면 영원한 2등 국가로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 혁신성장 등 3대 축으로 이끌어왔던 경제정책 기조하에 ‘디지털뉴딜’과 ‘그린뉴딜’, ‘사회안전망 확충’ 등 새로운 3대 축을 더하겠다는 구상이다.
한국판 뉴딜 사업에는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총 114조1000억 원의 국비가 투입된다. 지방비(25조2000억 원)와 민간사업비(20조7000억 원)를 합칠 경우 160조 원 규모에 이르는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사업이다. 프리젠테이션을 맡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판 뉴딜은 후버댐으로 상징되는 미국판 뉴딜과는 차이가 있다“며 ”토목 사업과 구별되는 디지털 그린 인프라 구축 작업이며 이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의 10대 대표 사업으로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 주력 제조업 데이터를 한데 담은 ‘데이터 댐’, 스마트 의료 인프라 구축, 그린에너지 등을 선정했다. 가장 많은 국비(44조8000억 원)를 투자하는 곳은 디지털뉴딜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디지털 경제와 비대면 산업이 유망 산업으로 떠오른 점을 고려했다. 정부는 민간투자를 포함한 58조2000억 원을 투입해 ‘D.N.A(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AI)’ 생태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공공·민간 데이터를 한곳에 모은 데이터 댐을 적극 활용해 전산업에 5세대(5G) 이동통신과 AI 기술을 접목하는 방식이다.
공공 데이터 14만2000개를 전면 개방하고,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스마트 박물관과 전시관 구축, 스마트 공장 설립 등을 추진한다. 디지털 기반 스마트 병원을 구축하는 등 의료 분야 비대면 산업도 육성한다. 사물인터넷(IoT) 기술 등을 활용해 입원 환자의 실시간 모니터링과 의료기관 간 협진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녹색 친화적인 발전 전략을 내세운 ‘그린뉴딜’에는 국비 42조7000억 원 등 73조4000억 원이 투입된다.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맞춤형 환경 개선을 지원하는 ‘스마트 그린 도시’, 녹색 산업의 혁신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스마트 그린 산업단지’를 조성한다.
정부는 산업 구조 전환에 따른 고용 시장 변화를 극복하기 위한 조치로 ‘안전망 강화’ 대책도 함께 내놓았다. 지난해 기준 1367만 명인 고용보험 가입자 수를 2025년까지 2100만 명으로 단계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한국판 뉴딜의 큰 방향성에는 대체로 동의했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재정 적자폭이 계속해서 커지고 있는 만큼 160조 원의 재원 마련 방안을 구체적으로 내놓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 정부 임기 뒤인 2025년까지 사업의 영속성을 어떻게 확보할지도 관건이다. 또 정부가 제시한 일자리가 지속 가능한 양질의 일자리로 이어지려며 세밀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철호 숭실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정부가 많은 예산을 투입해 만든 일자리 대부분은 정부 주도의 단기 일자리였다“며 ”이번 한국판 뉴딜 정책에서는 민간 부문과 결합해 양질의 일자리를 공급할 수 있도록 접근 방식을 달리해야 한다“고 했다.
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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