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 대통령의전비서관의 측근이 설립한 신생 공연기획사가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등 정부 행사 용역을 집중 수주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탁 비서관이 의전비서관으로 청와대에 복귀한 올해 5월 이후에도 이 업체가 청와대 관련 문화 콘텐츠 컨설팅까지 맡으면서 일각에선 특혜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탁 비서관의 측근으로 알려진 이모 씨(35)와 장모 씨(34)가 2016년 말 설립한 공연기획사 ‘노바운더리’는 2017년 8월 17일 ‘문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비롯해 지난달 25일 ‘6·25 한국전쟁 70주년 기념식’까지 2년 10개월 동안 20여 건의 청와대 및 정부 행사 용역을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바운더리는 탁 비서관이 대통령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하기 시작한 2017년 5월까지 정부 행사 관련 실적이 없는 업체였는데 이후 2018년 9억5600만 원, 2019년 20억 원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이 씨와 장 씨는 ‘탁현민 프로덕션’ 소속 조연출 출신이다.
이 업체는 탁 비서관이 급을 높여 청와대로 복귀한 직후인 6월 5일 한국관광공사와 ‘청와대 사랑채 문화 콘텐츠 확충 컨설팅’이라는 이름으로 조형물 설치 관련 용역 수의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청와대 사랑채에 상징적인 조형물을 설치하는 사업과 관련한 컨설팅 용역까지 도맡은 것. 청와대 관광홍보관인 청와대 사랑채 운영을 맡고 있는 관광공사 관계자는 “계약 금액이 220만 원 정도로 규모가 크지 않아 수의계약으로 진행했다”며 “서울 마포구의 A업체로부터 추천을 받았다”고 말했다. 2009년 12월 설립된 A업체는 관광공사의 청계천 사옥 리모델링 컨설팅을 맡았던 광고대행사다. A업체에서 2016년 10월까지 일했던 직원 B 씨는 이후 노바운더리로 옮겨 일하고 있다. B 씨는 2017년 8월 20일 ‘국민인수위원회 대국민 보고대회’를 맡아 진행한 당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노바운더리 #청와대행사전문??’이라는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공연·홍보기획 업계는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한 홍보기획사 관계자는 “실적 증빙을 할 수 없는 신생 업체가 수의계약으로 대통령 참석 행사를 따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해당 기획사가 청와대로부터 수주(수의계약)한 행사는 총 3건이 전부고, 3건의 계약으로 받은 금액은 8900만 원”이라며 “이 업체보다 더 많은 행사를 수주했던 다른 기획사들이 많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 일정 및 참석 행사의 경우 1급 보안 사안으로 긴급 행사의 경우 기일이 소요되는 공모 형식을 밟기는 애초에 불가능하다”며 “대통령 행사에서 수의계약은 그래서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강 대변인은 또 “대기업이나 대형 기획사만이 정부 행사를 수주해야 한다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청와대 행사에 참여하는 기획사에 정말로 필요한 것은 창의성과 전문성”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업체는 청와대와 직접 수의계약을 맺은 3건 외에 각 부처에서 진행한 대통령 참석 행사와 관련해 대형 기획사의 하청을 받는 형식으로 여러 건의 행사를 진행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통합당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국회 운영위원회를 열어 이 업체에 청와대 예산이 집중됐는지, 청와대에서 의도적으로 일감을 몰아줬는지 등을 철저히 입증할 것”이라며 “이 업체가 탁 비서관이 실소유한 회사인지도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의당 김동균 부대변인은 “권력으로 인한 혜택이 반영된 것이 아닌지 충분히 의심해볼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한편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의 한 건물 지하 1층에 있는 노바운더리 측은 14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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