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마스크 쓴 통합당 의원들 1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1대 개원식에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검은 마스크를 쓴 채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가슴에는 ‘민주당 갑질 민주주의 붕괴 규탄’이라고 쓰인 리본을 달았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의회 독재와 총체적 실정에 대한 항의의 표시”라고 밝혔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국회 개원연설에서 “이번 회기 중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추천을 완료해 달라”며 공수처 출범을 위한 야당의 협조를 거듭 촉구했다. 5월 30일 임기가 시작된 지 47일 만에 개원식을 열면서, 1987년 민주화 이후 가장 늦게 문을 연 21대 국회 시작 개원식에서 공수처 후속법안의 신속 처리를 재차 압박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한국판 뉴딜 관련 사회안전망 강화 법안, 4·27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동의 등을 주문하기도 했다.
○ “7월 국회 회기 내 공수처장 추천 완료해야”
“국회가 법률로 정한 공수처 출범일이 이미 지났다”고 운을 뗀 문 대통령은 “정부는 하위 법령을 정비하는 등 준비를 마쳤다. 그러나 공수처장 임명을 비롯해 국회가 결정해 주어야 할 일들이 아직 안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회기 중에 추천을 완료하고 인사청문회도 기한 안에 열어주실 것을 거듭 당부드리며, 21대 국회가 권력기관 개혁을 완수해주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7월 임시국회 회기가 끝나는 8월 5일까지 공수처장 추천을 완료해 달라며 ‘공수처 속도전’을 재차 주문한 것이다.
여당 몫 후보 추천위원 2명 중 한 명이 박사방 공범 변호 논란으로 사임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조만간 추천위원 선정을 완료할 방침이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공수처가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 결정 때까지 후보 추천위원을 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통합당이 공수처 출범을 거부할 경우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 한국판 뉴딜·판문점선언 국회 비준동의 촉구
문 대통령은 또 “한국판 뉴딜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사회계약”이라며 국회의 협조를 당부했다. 한국판 뉴딜에는 정부가 2025년까지 160조 원을 투입하기로 한 만큼 국회 예산심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이를 염두에 둔 듯 문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을 지역으로 확산할 좋은 아이디어를 국회에서 제안해 주신다면 정부는 여야를 넘어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남북관계가 악화된 가운데 4·27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동의도 우회적으로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의 불가역성을 국회가 담보해 준다면 한반도 평화의 추진 기반이 더욱 튼튼해질 것”이라며 ‘역대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들의 제도화’를 촉구했다.
○ 검은 마스크 착용 침묵시위 벌인 野
文대통령 향해 던져진 신발 16일 제21대 국회 개원식을 마치고 나오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정모 씨가 던진 신발. 사진공동취재단문 대통령 연설에 대한 여야의 반응은 엇갈렸다. 31분간 이뤄진 이날 연설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총 19번의 박수로 호응한 반면 통합당은 박수를 치지 않았다. 이날 통합당 의원들은 청와대와 여당의 독주에 항의하는 의미로 참석 의원 전원이 검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침묵 시위를 벌였다. 옷깃에는 ‘민주당 갑질 민주주의 붕괴 규탄’ 리본을 달았다. 연설 중 문 대통령이 협치를 강조하자 통합당 의석 쪽에서는 “(민주당) 독식인데!”라는 발언과 함께 야유가 흘러나왔다.
한편 이날 연설을 마치고 국회 본관 앞 계단을 걸어 내려가는 문 대통령을 향해 정모 씨가 “가짜 평화주의자, 가짜 인권주의자”라고 외치며 신발을 벗어 던져 경찰에게 체포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정 씨는 경찰 조사에서 스스로를 환경, 인권 관련 시민활동가라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경위를 조사한 뒤 적용할 혐의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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