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정보를 전달하는 탈북민 단체의 법인 허가를 취소하는 건 민주주의 사회답지 않습니다.”
북한 인권 문제를 전담하는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의 시그네 포울센 초대 소장(48·사진)은 17일 “모든 시민단체가 정부 뜻대로만 움직이면 민주주의 사회가 아니다”라며 “법인을 취소하지 않는 것 자체가 한국이 민주주의 사회라는 걸 북한에 보여줄 기회”라고 힘주어 말했다. 통일부는 이날 북한에 대북전단을 보낸 자유북한운동연합 등 단체 2곳의 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 유엔인권사무소에서 본보 인터뷰에 응한 포울센 소장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모든 시민단체가 정부가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법인을 취소하면서까지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막는 것은 좋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남북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면서도 “대북전단 그 자체가 아니라 이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 위험을 초래하는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한국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 제기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에 포울센 소장은 “북한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남북 교류 과정에서도 인권 문제가 배제돼선 안 된다”며 “인권 문제는 절대로 남북의 정치적인 도구가 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포울센 소장은 5년간의 근무를 마치고 19일 한국을 떠난다. 인권사무소는 2015년 6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북한 인권 상황을 감시하고 기록할 기관이 필요하다고 제안해 서울에 설립됐다.
인권사무소는 5년 동안 탈북민 397명을 면담해 5000건 이상의 북한 내 인권 침해 사례를 기록으로 남겼다. 포울센 소장은 그동안 북한이 변화하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북한 주민들이 중국으로부터 문화와 정보를 흡수하고 있다. 직업을 선택할 자유나 삶을 결정할 권리에 눈을 뜨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의 인권 관련 태도가 크게 변하지 않은 것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포울센 소장은 필리핀 내 유엔 기구에서 인권 관련 업무를 계속한다. 인권사무소장은 당분간 부소장이 대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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