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아 있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 17명, 더 늦기 전 국가가 나서야
● 2015년부터 인연 맺은 이용수 할머니는 여성 인권 운동가
국회에 처음 입성한 초선의원에게 1호 법안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정치인으로서 마음에 품었던 자신의 신념과 소신을 담은 첫 작품이자 앞으로 나아갈 바를 인정받는 첫 관문이기 때문이다. ‘주간동아’는 7월 16일 21대 국회 개원에 맞춰 초선의원이 발의한 1호 법안을 소개한다. 첫 테이프를 끊은 주자는 4월 15일 21대 총선에서 경기 광명을 후보로 당선한 더불어민주당 양기대 의원이다.
1962년 전북 군산 태생인 양 의원은 동아일보 기자(1988~2004)로 정치, 경제, 사회 현안을 취재하면서 몸에 밴 집념과 끈기, 8년간 광명시장으로 재직하면서 쌓은 행정 실무 경험을 원동력 삼아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부조리를 바로잡는 정치인이 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이런 그가 가장 먼저 발의한 1호 법안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 특별법’(일본군 위안부 특별법)이다. 이 법안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민간이 아닌 국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양 의원의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다. 좀 더 구체적인 방안과 계획을 듣고자 7월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그를 만났다.
-21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지 40여일이 지났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처음 법안을 발의하고, 세미나를 열고, 코로나19 극복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공부를 하면서 실제 행동으로 옮길 부분이 있으면 과감히 하자는 생각으로 바쁘게 움직였다. 17, 18대 총선에서 고배를 마신 후 2010년부터 2018년까지 8년간 광명시장으로 일하면서 많은 성과를 냈고 쓰라림도 맛봤다. 그런 경험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정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또 그 와중에 지역구 현안도 살폈다. 광명의 현안은 구로차량기지 이전 반대, 광명·시흥 테크노밸리 조성, 구름산 개발이 대표적이다. 이 문제들을 풀기 위해 지역 리더들과 공무원들을 만나고 LH(한국토지주택공사), 도시공사 등 유관기관과도 많은 협의를 했다.”
-1호 법안으로 ‘일본군 위안부 특별법’을 발의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
“아직까지 일본이 위안부 피해 문제를 부정하고 있고, 국내에도 이 문제를 부정하거나 폄하하는 이들이 일부 있다. 그래서 위안부 피해 사실에 대한 제대로 된 진상 규명과 함께 피해 할머니들의 명예 회복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렇게 해야 100년, 200년, 1000년을 가도 위안부 피해 문제가 역사에 바로 설 수 있겠다 싶었다. 또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다 돌아가셨을 때 위안부 문제를 부정하거나 욕되게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으니, 그런 사람에 대한 처벌 규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해방 후 처음으로 국가가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선다는 점이다. 이전에 국가가 한 일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보호와 지원에 그쳤다. 법안에는 크게 세 가지가 담겼다. 총리실 산하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 진상 규명 및 명예 회복 위원회를 구성하자는 내용과 명예 회복을 위한 지원 사업, 위안부 문제를 부정하거나 왜곡하거나 할머니를 모욕하는 사람에 대한 처벌 규정이다.”
-위원회를 어떤 식으로 구성하자는 것인가.
“위원장은 국무총리가 맡고, 위원은 외교부 장관, 여성가족부 장관 등 중앙행정기관장,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대표, 관련 분야 전문가 등 15인 이내로 구성하려 한다. 위원회가 구성되면 세부안을 실행할 집행 기관을 만들어 진상 조사를 하고 역사적 자료를 수집하는 작업을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명예 회복인데,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위원회가 구성된 다음 협의할 계획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광복 70주년이던 2015년 8월 15일 광명동굴 앞에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을 시민 성금으로 세웠다. 광명동굴은 내가 광명시장으로 재직할 때 관광명소로 개발하기 전까지 40년간 버려진 폐광이었고 일제강점기 징용 현장이었다. 소녀상을 세우면서 광명동굴 운영 수익금의 1%(5000만~6000만 원)를 해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거주하는 경기 광주 나눔의 집에 할머니들을 위해 쓰라고 보냈다. 그러면서 이용수 할머니를 비롯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하게 됐다. 그분들은 나를 항상 ‘광명시장 아들’이라 칭했고, 나 역시 그분들을 ‘어머니’라고 불렀다. 그분들이 내게 ‘광명시장 아들이 우리 한을 풀어 달라’고 당부하셨다. 그 한이 바로 일본의 사죄와 배상, 위안부 피해에 대한 진상 규명과 명예 회복이다. 어머니들로부터 부여받은 임무를 꼭 해내야겠다고 다짐하며 그때부터 위안부 피해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한을 풀어드릴 방법을 고민해왔다. 요즘 회계 문제와 운영상의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지만, 2018년 시장직을 내려놓은 후 경기 나눔의 집 홍보대사로 활동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 법안으로까지 발의해야 할 이유가 있나.
“나 나름대로 위안부 피해 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해결할지 생각해왔는데,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하나는 시간이 촉박했다. 현재 대한민국에 살아계신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17명이다. 이 가운데 이용수 할머니를 포함해 한두 분만 제대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고 나머지 어르신은 거동이 불편하고 말도 잘 못 하신다. 이분들이 살아계실 때 국가가 직접 나서 위안부 피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전에는 사실 정의연(정의기억연대) 같은 민간단체 차원에서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는데, 정부가 이번에는 역사 바로 세우기 차원에서라도 총리실 산하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 진상 규명 및 명예 회복 위원회를 설치해 직접 해결하라는 취지에서 1호 법안으로 발의했다. 윤미향 의원과 정의연을 둘러싼 논란도 계기가 됐다. 그 사건으로 위안부 피해 진상 규명과 명예 회복을 위한 노력이 호도되거나 묻힐 수 있기에 특별법을 발의해 문제의 본질을 분명히 하고 싶었다. 할머니들이 살아계실 때 빨리 국가가 나서야 한다. 국가가 나서야 공식적이고 객관적이며 책임성 있게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민간에서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 이용수 할머니와 인연이 각별하다고 들었다.
“2018년 3월 광명시장 퇴임 직전 이용수 할머니를 모시고 프랑스 파리에 가서 그 나라 하원에 출석해 위안부 피해 문제를 증언할 기회를 가질 수 있게 주선했다. 이왕 간 김에 파리 유네스코 본부 앞에서 이용수 할머니와 함께 위안부 피해 문제의 유네스코 기록물 등재를 촉구하는 항의 시위도 했다. 그리고 2017년 9월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방한했을 때도 경기도 나눔의 집으로 안내해 이용수 할머니를 비롯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인사하는 자리를 만들고 일본 가해자가 사죄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전달하도록 했다.”
-옆에서 지켜본 이용수 할머니는 어떤 분인가.
“의사 표현이 분명하고 정확한 분이다. 위안부 피해 사실을 국내외에 알리는 여성 인권 운동가다. 할머니가 마지막에 강조한 내용 가운데 하나가 ‘한일 청소년이 위안부 피해 문제를 접하고 배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자. 그래서 위안부 피해 문제가 역사적 왜곡 없이 한일 청소년에게 바르게 전달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 이용수 할머니의 문제 제기 후 나눔의 집도, 정의연과 윤미향 의원도 여러 불미스러운 논란에 휩싸였다.
“나눔의 집 홍보대사도 하고, 2015년부터 그곳을 자주 방문했지만 내부 회계 문제에 대해선 잘 모른다. 윤 의원이나 정의연 문제도 마찬가지다. 지금 검찰에서 수사하고 있으니 (현재 불거진 문제에 대해선) 그 결과를 가지고 평가하면 되지 않나 싶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런 얘기를 했다. 위안부 피해 문제에 대한 민간 운동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그러니까 윤 의원이나 정의연이나 경기 나눔의 집에서 파생된 문제들은 큰 줄기에서 추진 중인, 즉 위안부 피해 문제를 국가가 해결해야 한다는 역사적 과제와는 달리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 앞으로 어떤 의정 활동을 펼칠 계획인가.
“2004년 처음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였다. 부정부패 척결, 정의 구현, 통일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어서였다. 지금도 그 연장선에 있다.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가 불평등한 범주에 있다. 국회의원으로서 불평등을 해소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그것이 곧 사회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라 생각한다. 가장 시급한 현안인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서도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지금은 국가가 비상 상황이다. 먹고살기 힘든 분이 많다. 자영업자와 중소상인뿐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분이 코로나19 사태로 심리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코로나블루’라는 신조어까지 나왔을 정도다. 6월 29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위원장 이낙연 의원)와 함께 코로나블루 극복을 위한 대응 전략을 주제로 세미나를 연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앞으로 코로나블루로 고통받는 사회적 약자와 의료진, 소방관 등 모든 이가 정신적 충격을 치료받을 수 있는 대안을 만들려 한다. 광명시장 때부터 추진한 유라시아 대륙철도 개통을 위해서도 모든 역량을 발휘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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