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전 대통령을 줄곧 ‘박사’로 불러 논란 자초한 보훈처장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0일 03시 00분


통합당 “역사 인식의 결손” 반발

19일 서울 종로구 이화장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 서거 55주기 추모식이 열리고 있다. 이 전 대통령 동상 오른쪽에 문재인 대통령의 조화가 놓여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19일 서울 종로구 이화장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 서거 55주기 추모식이 열리고 있다. 이 전 대통령 동상 오른쪽에 문재인 대통령의 조화가 놓여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박삼득 국가보훈처장이 19일 이승만 전 대통령(1875∼1965)의 55주기 추모식에서 이 전 대통령을 줄곧 ‘박사’로 호칭해 야당이 반발하고 나섰다. 박 처장은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 주관으로 이 전 대통령의 사저였던 서울 종로구 이화장에서 열린 추모식에 참석했다. 그는 추모사를 낭독하면서 7차례에 걸쳐 이 전 대통령을 ‘박사님’으로 불렀다. 약력 대목에서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이라고 언급한 것 외에는 박사로만 호칭한 것이다.

이를 지켜보던 일부 참석자들은 “박삼득 똑바로 해!” “국가보훈처 똑바로 해라!”라며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미래통합당 일부 의원들은 “정부 기조를 의식한 것이라면 역사 인식의 결손이고, 자격의 문제”라고 반발했다. 보수층에서 ‘건국 대통령’으로 추앙받는 이 전 대통령을 평가 절하하는 현 정부의 인식이 반영된 게 아니냐고 비판한 것이다. 보훈처는 페이스북에도 “오늘은 이승만 박사 서거 55주기”라며 “정부는 1949년 이승만 박사에게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수여했다”고 소개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보훈처는 “통상 박사와 대통령 모두 이 전 대통령을 칭하는 맞는 표현이므로 두 호칭을 함께 사용했다”며 “향후 박사·대통령 호칭을 사용하는 데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 오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이날 행사에는 양아들인 이인수 박사 부부 등 유족과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같은 당 최승재 지성호 한무경 신원식 조명희 김기현 의원, 무소속 윤상현 의원 등이 참석했다. 여당 의원은 참석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화를 보냈다.

주 원내대표는 추도사에서 “이 전 대통령은 ‘건국 대통령’으로 6·25 동란에서 대한민국을 지키고 한미동맹의 기초를 닦은 한편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 초석을 세웠다”면서 “후배, 후손들이 어른이 세운 대한민국의 이념과 방향을 제대로 지켜 가는지 자괴감이 들고,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부끄럽고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 박민우 기자
#이승만#55주기#주모식#국가보훈처장#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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