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선 노리자” “野에 내주자고?”…서울·부산시장 공천 놓고 與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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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7월 20일 17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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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선 전초전’으로 평가 받는 내년 4월 재보궐 선거에서 서울·부산시장 후보를 낼 것인지를 두고 여당 내부 논란이 본격화되고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당 소속 공직자의 중대한 잘못으로 재보궐 선거를 하는 경우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더불어민주당 당헌당규를 지키느냐 마느냐 여부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유력 당권·대선주자들의 이해득실과 2022년 대선까지를 염두에 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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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각종 현안에 대해 공개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는 20일 언론 인터뷰 등에서 “장사꾼도 신뢰를 유지하려고 손실을 감수한다”며 서울·부산시장 후보 공천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아프고 손실이 크더라도 약속을 지키는 게 맞다”며 “공당이 문서(당헌)로 규정했으면 그 약속을 지키는 게 맞다”고 했다. 앞서 전재수 의원이 공천 불가론을 언급했지 만여권 내 차기 대선 주자 중에서 서울 부산 재보선 공천 불가론을 공개적으로 피력한 것은 이 지사가 처음이다. 성추문 등 불미스러운 의혹으로 물러난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모두 민주당 소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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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당 대표 선거에 도전장을 낸 김부겸 전 의원은 정반대로 공천을 주장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17일 “대한민국의 수도와 제2 도시에서 치러질 내년 보궐선거는 향후 치러질 대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당헌당규를 바꾼 것에 대한) 국민의 비판이 있다면 질타를 받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반된 태도는 두 사람의 정치적 철학보다는 정치적 처지와 미묘하게 얽혀있다. 여권 관계자는 “당직을 맡고 있지 않은 이 지사는 공천 문제의 결정권자가 아니기 때문에 부담 없이 원칙을 앞세우고 있는 상황”이라며 “반면 김 전 의원은 본인이 재보궐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앞세워 당 대표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포석”이라고 말했다. 당권 레이스에서는 김 전 의원과, 차기 대선 후보자리를 놓고는 이 지사와 경쟁해야 하는 이낙연 의원은 이날 “집권 여당으로 어떤 길이 책임 있는 자세인가를 당 안팎의 의견을 들어서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공천 문제에 대한 즉답을 피했다. 서울·부산시장의 공천 여부는 8·29 전대를 통해 선출되는 당 대표가 결정하게 된다.

의원들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정청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미래통합당은 무상급식 문제로 사퇴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귀책 사유로 치러진 보궐 선거에 후보를 안 냈느냐”며 “앞으로 이 문제에 왈가왈부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이 지사를 겨냥했다. 반면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후보를 내야 한다는 주장도, 내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다 일리가 있다”며 “문제는 후보를 낸다 해도 두 곳 모두 이긴다는 보장이 없으니 문제가 더 복잡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산은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고전했던 지역이다. 여기에 서울은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의 직격탄을 맞은 곳. 당 관계자는 “솔직히 지금같은 상황이라면 서울시장 선거 승리를 자신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만약 4월 재보궐 선거에서 민주당이 후보를 내고도 모두 패한다면 2022년 3월 대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당내에서는 “원칙에 따라 서울·부산시장은 후보를 내지 말고 차기 대선의 승리를 노리자”는 의견이 “서울, 부산을 야당에 내주고 어떻게 대선에서 이길 수 있느냐”는 의견과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이해찬 당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8월 말이면 임기가 끝나기 때문에 이 문제에 별다른 힘이 없어 오히려 논란이 더 깊어지는 측면이 있다”며 “서울·부산시장 공천은 차기 지도부가 가장 먼저 마딱뜨릴 골치아픈 숙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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