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금강산 개별관광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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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국 경유 등 대북협의 제안할 것
식량난 北에 쌀 20만t 지원, 추석 이산가족 상봉도 추진”
일각 “대북제재 저촉될 우려”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고 10년 만에 대규모 대북 쌀 지원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등 남북대화 재개를 위한 적극적인 구상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대화 재개의 문턱을 크게 높인 데다 남북관계가 한미 조율보다 지나치게 속도를 내기 어려운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후보자는 2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답변서에서 12년 전 중단된 금강산 관광을 ‘개별 관광’이라는 우회로를 통해 재개하겠다는 복안을 내놓았다. 그는 “금강산 문제의 창의적 해법으로 개별 관광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산가족이나 사회단체 중심의 북한 방문, 제3국을 경유하는 개별 관광 등 다양한 방식이 가능하다며 이를 위한 대북 협의를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금강산 관광은 2008년 고 박왕자 씨 피격 사건으로 중단되기 전까지 개별 관광이 허용되지 않았다.

이 후보자는 “올해 남북협력기금에 20만 t의 쌀을 지원할 수 있는 예산이 편성돼 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인도적 상황 악화가 우려되는 만큼 북한의 식량난 등을 실질적으로 완화시킬 수 있는 규모의 지원을 적기에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북 쌀 지원은 2010년 국내산 쌀 5000t을 무상으로 지원한 것을 마지막으로 끊겼다. 추석에 상봉 행사를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이에 따라 이 후보자가 장관으로 취임하면 남북관계 복원을 위해 금강산 관광과 식량 지원 등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그는 한국과 미국 간 대북 제재 협의 기구인 워킹그룹에 얽매이지 않고 대북 인도적 지원, 인적 교류, 이산가족 상봉 등 대북 제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되는 분야는 독자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1980년대 민족해방(NL) 계열인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의장 출신으로 민족 협력을 강조해온 이 후보자의 의지가 반영된 구상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대북 제재에 저촉될 우려가 있는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미국과 협의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을 제대로 인식한 것인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북한 사정에 밝은 대북 소식통은 “북한은 인도적 지원보다 한국에 경협과 투자를 본격화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이 후보자의 구상만으로 북한이 호응하고 나설지도 미지수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권오혁 hyuk@donga.com·최지선 기자
#이인영#금강산 개별관광#남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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