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ISS 세미나서 질의에 답변… ‘해외주둔군 최적화 배치’도 강조
주독미군처럼 감축여지 남겨 둬… 정경두-에스퍼 어제 전화회담
한미연합훈련 8월 셋째주로 가닥… “전작권 전환 차질 없게 훈련 진행”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사진)이 21일(현지 시간) 영국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가 주관한 화상세미나에서 주한미군 감축 관련 질의에 대해 “나는 한반도에서 군대(주한미군)를 철수하라는 명령을 내린 적이 없다”고 밝혔다. 올 3월 미 국방부가 백악관에 여러 개의 주한미군 감축 옵션을 보고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최근 보도로 증폭된 주한미군 감축 논란에 일단 선을 그은 것. 하지만 에스퍼 장관은 재차 해외 주둔 미군 배치의 ‘최적화’를 강조해 주한미군 감축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는 “우리는 계속해 해외 주둔 군 병력을 조정해 군력의 최적화 달성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주독미군 감축 결정처럼 주한미군의 감축 여지를 열어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에스퍼 장관이 17일 배포한 ‘국가국방전략의 이행: 1년의 성과’라는 자료에서 몇 개월 내 (주한미군을 포함한) 인도태평양사령부 등 전 세계 미군 재배치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여지가 있다.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강화되면 주한미군이 더 중요해질 걸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할 가능성이 있다. 병력 감축으로 국방비를 절감하면서도 중국을 옥죄는 전략을 강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한국과 독일 등 전 세계에 배치된 미군을 ‘선택과 집중’ 방식으로 재배치해 중국 봉쇄를 더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주한미군은 돈만 들고, 대중 견제의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미국이 판단할 개연성이 적지 않다. 대북 방어만을 위해 일본과 독일 다음으로 많은 미군(2만8500명)을 한반도에 배치하는 일을 근본적으로 재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군 소식통은 “지상군 위주의 ‘한반도 붙박이군’인 주한미군은 남중국해나 대만에서 미중 충돌 시 개입할 여건이나 능력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감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에스퍼 장관이 21일 전화 회담을 갖고 8월 셋째 주에 한미 연합지휘소 훈련(CPX·컴퓨터워게임)을 진행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전작권 전환의 차질 없는 추진을 위해 훈련을 진행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는 것이다.
이번 훈련에는 전작권 전환 후 한국군이 주도하는 미래연합사령부의 완전운용능력(FOC)을 검증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를 거쳐야 내년 훈련에서 전작권 전환 작업의 ‘최종단계(완전임무수행능력·FMC)’ 검증 작업에 들어갈 수 있다. 이번 훈련이 연기·취소되면 전작권 전환 작업 전반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현 정부 임기(2022년 5월) 내 전작권 전환도 물 건너갈 공산이 크다. 군 당국자는 “한미가 코로나19 상황 등을 지켜보면서 최적의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막바지 협의를 거쳐 최종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미국 내 코로나19 사태가 날로 심각해지면서 증원전력의 훈련 참가가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미국은 이번 연합훈련에 2000여 명의 증원전력을 파견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최근까지 10% 수준인 200여 명을 확보하는 데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증원전력의 참가 규모가 대폭 축소될 경우 이번 훈련에서 전작권 전환 검증 작업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군은 우려하고 있다. 아울러 한미가 연합훈련을 강행할 경우 북한이 무력시위 등으로 반발하면서 북-미 냉각기가 더 길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주한미군 감축 문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미 간 ‘방위비 이견’에도 주한미군은 현 수준을 유지하는 데 이견이 없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미 대선이 100일가량 남은 상황에서 방위비 협상 교착이 장기화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감축 카드’로 지지층 표심 잡기에 나설 개연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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