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석 대변인 브리핑에서 개인 입장 표명…사건 후 처음
"인권위 차원 진상 규명으로 사실 관계 특정 되면 공식 입장"
文대통령 반응 여부 묻자 靑 "모든 대통령 발언 다 소개 못해"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23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과 관련해 대변인의 개인적 입장을 전제로 피해자에게 위로의 뜻을 표명하면서 청와대 차원의 공식 입장은 사건의 명확한 진상규명 이후에 가능하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이날 오후 춘추관 브리핑에서 한국일보 기사에 소개된 자신의 피해자에 대한 위로 메시지에 관한 질문을 받고 전화 취재 응대 과정에서 개인적 입장을 말하게 됐다는 취지로 관련 경위를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어제 저녁과 오늘 아침 (한국일보 기자와) 통화를 하면서 (피해자) 입장문에 공감한다고 제가 말했다”며 “거기에 더해 피해자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는 말을 보태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고위공직자의 성비위에 대해서 단호하고 피해자 보호가 최우선이라는 것은 원래 청와대의 입장”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 차원의 진상 규명 작업의 결과로 사실 관계가 특정이 되면 보다 뚜렷하고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해자에게 위로의 뜻을 표명한 것은 대변인 개인적인 차원이었고 인권위 차원의 진상 규명을 통해 사실 관계 여부가 드러나면 청와대 차원의 공식 입장을 밝히게 될 것이라는 게 강 대변인의 설명이다.
한국일보는 이날 오후 인터넷판 기사에서 강 대변인과의 통화 내용을 실명으로 보도했다. 강 대변인은 “피해자 입장에 공감한다. 피해자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면서 “청와대는 고위공직자 성비위에 단호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인권위 차원의 진상규명 후 보다 뚜렷한 청와대 차원의 공식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강 대변인의 발언에 대해 “아직 사실 관계가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피해자에게 위로를 드리는 것”이라며 “2차 가해도 있었고 (피해자가 입었을) 고통에 대해서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핵심 관계자는 피해자에게 위로를 전한다는 강 대변인의 개인적 입장이 기존의 청와대 입장과 비교해 변화했다는 질문에 “입장이 변한 게 아니라 (강 대변인이) 그런 마음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런데 (진상규명에 관한) 논란이 길어지고 있고, 2차 가해도 있었다”면서 “(그런 와중에) 피해자가 (강 대변인이) 공감하는 입장을 전했고, 그래서 답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 대변인의 개인적 입장에 대한 문 대통령의 반응 여부와 관련해선 “대통령의 모든 발언을 다 소개할 수는 없다”며 “적절한 시점에 전해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진상 규명 결과가 나와야 할 것 같다”고만 했다.
지난 8일 박 전 시장으로부터 성추행을 겪었다는 피해자의 경찰 고소 이후 청와대에서 실명으로 입장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박 전 시장의 발인 전날인 지난 12일 입장 요구에 “청와대 차원에서 다른 입장 발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 차례 선을 그은 이후 비슷한 취지의 답변만 반복했다.
이 핵심 관계자는 지난 15일 같은 질문에 “피해자에 대해서는 2차 가해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라며 보다 피해자 중심주의에 가까운 표현을 사용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17일 ‘피해 호소인’에서 ‘피해자’로 호칭을 정리하기 이전에 ‘피해자’라는 단어를 먼저 쓴 것이 눈에 띄는 지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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