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찾아 ‘개헌 직행’ 시사
“野와 협의하는 건 안정성 없어… 우리 스스로 과정 잘 만들어야”
巨與 숫자 앞세워 개헌 추진할듯
‘범여권+20표’면 개헌선 확보… 정진석-장제원 등 野 찬성파 변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개헌을 통해 (행정수도 이전) 위헌 결정을 깨끗하게 해결해야 한다”고 밝힌 이후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여야 합의를 통한 행정수도법 입법 대신 ‘개헌’으로 직진하려는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민주당은 그동안 ‘행정중심복합도시법’을 ‘행정수도법’으로 개정하는 방안을 우선 추진하되 불발될 경우 원포인트 개헌에 나서는 시나리오를 검토해 왔다.
여권 관계자는 “범여권 180석에 더해 20표만 더 끌어오면 개헌에 필요한 200표를 확보할 수 있다”며 “행정수도 이전에 찬성하는 여론이 더 많은 데다, 이미 미래통합당 내부에서도 공개적으로 찬성 의견들이 나오고 있어 민주당으로선 개헌에 대한 부담이 적다”고 했다.
앞서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행정수도 이전’ 카드를 제안한 직후 통합당 소속 충청권 중진인 5선의 정진석 의원과 부산 지역구의 장제원 의원이 찬성했다. 차기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깊이 있게 검토해야 한다”고 동조했다. 이날 이 대표도 “2004년엔 한나라당이 반대하는 입장이었는데 최근 일부는 찬성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이 대표가 행정수도법 개정 과정에서 협상을 명분으로 한 통합당의 시간 끌기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개헌’ 카드를 꺼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대표는 “통합당 태도가 종잡을 수가 없다”며 “그들의 말을 듣고 하는 건 안정성이 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국회 차원의 ‘행정수도 완성 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했지만 통합당은 불참 의사를 밝힌 상태다. 이날 오전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라디오에서 “특위에 참여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민주당이 궁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엉뚱한 데 이슈를 던졌다”고 했다.
이날 이 대표는 2004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과 당시 야당의 반대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표는 “당시 한나라당이 반대했던 논리들이 허구였다”며 “‘세종시에 행정수도를 만들면 수도권이 공동화된다’, ‘아파트 값이 오른다’고 반대했는데 수도권이 공동화된 게 아니라 오히려 전체적으로 비중이 증가했고, 아파트 값은 지금 너무 올라가고 있는 게 문제”라고 했다.
당시 헌재 판결에 대해서도 “대한민국이 성문헌법을 만든 지 이미 60년 넘은 시점에서 관습헌법을 들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며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는 결정이었다”고 했다. 이어 “그때 노무현 전 대통령도, 나도 도저히 승복하지 못할 심정이었지만 그 이야기를 하면 또 탄핵이 된다. 그래서 말을 못 했다”며 “선거 때 작은 이야기를 했다고 탄핵당했다가 기각된 지 1년도 안 돼서 (불복을) 말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200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노 전 대통령과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만들었던 과정도 소개했다. 그는 “‘서울로 간다’는 말을 ‘상경(上京)한다’고 하는데, 노 전 대통령과 ‘그럼 서울을 하경하면 될 것 아니냐’고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단순한 행정수도 이전이 아닌 사실상의 ‘천도 프로젝트’인 셈이다. 그는 또 “서울 한강 배 타고 지나가면 저기는 무슨 아파트, 한 평에 얼마(라고 얘기한다)”라며 “우리는 (세종시에) 이런 천박한 도시를 만들면 안 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청와대 주축으로 진행되고 있는 ‘공공기관 이전 시즌2’에도 힘을 실었다. 그는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1차로 이전한 공공기관에 대한 평가를 끝냈고, 2차 혁신도시 추진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이어 “아직 이전 대상 기관이 결정된 건 아니다”라면서도 이전 대상 기관이 많게는 200개에 이른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 대표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들어 (수도권에) 70개의 큰 산하기관을 만들었다. 작은 것까지 하면 200개”라고 했다.
한편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강연에서 “현재 수도권 인구는 고도비만 상태”라며 인구 분산을 강조했다. 그는 강연 후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에서 (공공기관 이전) 내용이 정리된 후 공개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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