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영사관 폐쇄 등 극한 갈등… 중간에 낀 한국 선택 압박 커져
G7회의 참여-시진핑 방한 조율… 내일 외교전략 조정회의 주목
미중 양국이 영사관 철수 조치를 주고받고 상대국 정상과 체제에 대한 비난을 퍼붓는 등 주요 2개국(G2) 이념·체제 갈등이 역대 최고 수준에 달하면서 이제 그 후폭풍이 한국을 본격적으로 겨냥하고 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한국은 미국의 반중(反中) 전선에 동참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연내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방한에 합의한 중국의 견제도 만만치 않다. 경제 군사 외교 정치 등 사실상 전 분야에서 미중 사이 선택의 기로에 선 만큼 정부가 흐름을 직시하고 생존 전략을 제대로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8∼9월로 예상되는 주요 7개국(G7) 확대 정상회의에 한국을 초청한 데 이어 미국이 주도하는 반중 경제 블록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 참여를 연일 요구하고 있다. 한미, 미중 관계 전문가들은 미국이 대선이 다가올수록 한국에 반중 전선 합류를 독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중거리 미사일 배치, 남중국해, 인권·민주주의 이슈까지 다양하다. 중국이 불쾌감을 드러낼 수밖에 없는 현안들이다.
미중이 뒤얽힌 이슈에 대해 청와대와 정부는 대부분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달 G7 참여 초청을 받은 뒤 “중국이 반발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이 G11 또는 G12라는 새로운 국제 체제의 정식 멤버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은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26일 “회의 개최국이 G7 외 국가들을 초청하는 관례는 이전부터 있었다”며 “(처음 기대와 달리) G11 또는 G12가 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미중 갈등 대책을 세우겠다며 외교전략 조정회의를 만들었지만 이달 28일에야 겨우 세 번째 회의를 연다. 외교전략 조정회의에 참여한 적 있는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6일 통화에서 “한미동맹이 약화되거나 한중관계가 회복 불가능해질 수 있는 현안들이 잇따르는데도 정부 입장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미중을 다 만족시킬 수 없는 만큼 지금이라도 이슈별로 분명하고 세밀한 외교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미중 갈등 현안마다 내부적 원칙을 세워 일관성 있게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