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탈북민의 재입북 사건으로 경찰의 탈북자 관리 시스템 부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탈북민 관리 담당 경찰관은 월북 추정자 김모씨(24)의 최근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했고, 경찰 정보부서는 김씨의 월북 첩보를 입수하고도 이를 정부 당국에 알리지도 않았다.
27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찰은 탈북민을 가~다 등급으로 나눠 관리해오고 있다. 등급은 북한으로부터의 신변위협 정도를 기준으로 삼아 분류한다. 하지만 연락을 자주하는 것 외에 등급별 관리의 차이점은 없다.
김씨는 다등급으로 분류됐었다. 담당 경찰관은 관련 매뉴얼에 따라 김씨에게 한 달에 한 번 대면 또는 전화 면담을 해 이상여부를 확인했어야 했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탈북민 담당 경찰관의 인원이 부족한 것도 문제로 드러났다.
김포 지역에는 700여명이 탈북민이 거주중인데, 이를 관리하는 경찰관은 턱없이 부족하다. 경찰관 1명이 64명의 탈북민을 관리하는 실정이다. 다른 지역의 경우 경찰관 1인당 30명을 담당하고 있다.
김씨를 담당한 경찰관은 김씨의 성폭행 사건 연루 상황 이후에도 면당 등을 진행하지 않다가 지난 19일 탈북 의심 제보를 받은 이후 연락을 취했으나, 김씨의 전화기는 꺼져 있던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정보부서는 김씨의 월북 의심 제보를 받고도 이를 국방부나 국가정보원 등 정부 관련 기관에 알리는 일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에 대해 “좀더 적극적으로 행적 추적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개선토록 하겠다”다고 관리부실을 인정했다. 탈북자 관련 동향에 대해서는 “따로 군에 통보하는 시스템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합동조사단을 편성해 김씨 관련 수사에 대한 조치가 적절했는지 여부는 물론 재입북 과정 행적 전반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앞서 김씨는 지난달 12일 지인을 성폭행한 혐의로 신고됐고, 같은달 21일 경찰서에 나와 한 차례 조사를 받았다.
김씨는 완강하게 혐의를 부인했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DNA 감정 결과는 그의 범행 사실을 증명했다.
김씨의 휴대전화 신호는 지난 17일 김포시 주거지 인근에서 끊겼으며, 당시 그는 지인 차량을 타고 강화군 교동도로 가 월북장소를 물색했던 것으로 추정됐다.
이후 김포로 돌아와 음식점과 마사지 업소 등을 들렀다 18일 택시를 타고 다시 강화로 향했다. 그리고 그는 접경지역인 강화군 월곶리 인근 배수로를 통해 북으로 넘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가 택시에서 내린 마을에서는 그가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가방이 발견됐다. 이 가방에는 달러 환전(약 500만원) 영수증과 물안경, 옷가지 등이 들어 있었다.
김씨는 월북 이전 집을 정리하고 통장에서 480만원을 인출했으며 지인의 k3 승용차(2017년식)도 중고로 팔기도 했다. 해당 k3는 고양시 일산의 한 중고차 매매상사에서 발견됐다.
한편 김씨의 월북 추정 사건은 지난 26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개성시에서 악성비루스(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월남 도주자가 3년 만에 불법적으로 분계선을 넘어 7월19일 귀향하는 비상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도하면서 알려졌다.
정부는 27일 오전까지만 해도 북한의 보도 내용에 대해 “확인 중”이라는 입장을 취하다 북한 보도 8시간여 만에 월북 사례가 있었다는 데 무게를 두고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김포·수원=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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