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정부때 미사일지침 체결
사거리-탄두중량 제한 풀면서도… ‘핵도미노 우려’ 연료규제는 계속
中 겨냥한 美 MD구축 일환일수도… ‘韓 방위비 협상과 연계’ 분석도
우주발사체 고체연료 제한 해제는 그동안 정부가 여러 차례 추진했지만 번번이 가로막힌 숙원 사업으로 꼽힌다. 동북아에서의 ‘핵 도미노 현상’을 우려한 미국이 한국의 ‘미사일 통제’를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미국의 이번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합의를 두고 미중 갈등 속에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는 미국과 조속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추진 중인 정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미 미사일 지침이 처음 체결된 것은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79년. 1978년 한국이 탄도미사일 ‘백곰’ 실험에 성공하자 미국은 “동북아 안보질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며 미사일 지침 체결을 통해 한국의 탄도미사일 사거리와 탄두 중량을 제한했다.
정부가 20년 넘게 유지되던 미사일 지침 개정을 추진한 것은 북한이 탄도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다. 하지만 이후 2001년, 2012년, 2017년 세 차례에 걸친 미사일 지침 개정에도 고체연료 사용 제한은 풀리지 않았다. 특히 2017년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통화에서 “미사일 지침을 한국이 희망하는 수준으로 개정한다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이후 미 국무부 등의 반대로 고체연료 사용 제한은 그대로 두고 탄두중량 제한을 푸는 데 그쳤다. 고체연료를 사용한 로켓은 언제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전용 가능한 만큼 중국, 일본 등 주변국의 군비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때문에 미국이 전격적으로 고체연료 사용 제한 등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에 동의한 것은 무엇보다 최고조로 치닫는 미중 갈등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을 겨냥한 미사일방어(MD)체계 구축을 추진하기 위해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탈퇴하고 동북아 지역에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추진하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데 한국의 미사일 개발 능력 향상을 활용하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것. 한국이 고체연료를 바탕으로 미사일 기술을 발전시키면 사거리상 타깃에 중국 일부도 들어갈 수 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이 한국이라는 동맹을 이용해 중국을 간접적으로 견제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김 차장이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등과 연동해 미국과 이번 미사일 지침 개정에 합의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 외교 성과가 필요한 트럼프 정부와 반대급부로 미사일 지침 개정을 얻어내려 한 정부의 현실적 판단이 접점을 찾으면서 미사일 지침 개정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 한 외교소식통은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정부가 상응 조치로 미국에 미사일 지침 개정 등을 요구해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조속한 전작권 전환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다. 미국도 이에 동의했다는 것이다. 김 차장은 “정보 감시 정찰 능력 강화는 우리의 전작권을 환수하고 보다 안전하고 평화로운 대한민국과 한반도, 동북아를 구축해 나가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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