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략연구원 “주한미군 수요 줄고 일본·호주 중요해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9일 14시 30분


중국이 아닌 북한과 한반도에 초점을 맞춘 주한미군의 지상전 역량 요구는 줄어들 것이며, 이를 대체할 미국의 전략적 협력 강화 대상은 일본 및 호주가 되어야 한다는 내용의 국방 분야 정책보고서가 나왔다. 미국 국방부가 인도태평양 지역의 미군 재배치 문제에 대한 검토를 예고한 시점에 발표된 것이어서 관련 정책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미 육군대학원 산하 전략연구원(SSI)은 이달 중순 발표한 ‘육군의 전환:인도태평양사령부의 초경쟁과 미 육군의 전구(戰區) 설계’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이런 주장을 내놨다. 28일(현지 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이 보고서는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2년 전 육군장관 재직 당시 발주한 것이다.

보고서는 인도태평양 내 미국의 군사적 경쟁자가 현재 중국과 러시아, 북한이지만 현 추세를 감안할 때 중국이 가장 큰 도전자가 되어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는 유럽 쪽에 초점을 맞추고 북한은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 실전배체를 계속하겠지만 재래식 전력은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미국 방위 전략의 시급성과 중요성은 향후 10년 간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

보고서는 현재 미군의 역내 전진배치 태세가 한국전 및 냉전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제2의 한국전쟁에 대비하기 위한 이런 배치 셈법은 비용 대비 효과가 있는 것으로 간주됐지만 전략적으로는 무책임하다”고 평가했다. 한국군의 전시작전권 인수와 군 현대화 추세를 고려할 때 유사시 대규모 지상전에 대비한 주한미군 수요도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도 함께 내놨다.

미군이 당장 상호보완적으로 전략 전환 및 통합을 추진할 파트너로 일본과 호주를 꼽았다. 특히 일본에 대해서는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A2AD·anti access/area denial)의 우산 아래 있는 영구적인 피난처를 미국에 제공하는 국가”라며 “일본은 중국은 물론 북한과 러시아를 상대로 공통의 이해관계를 담보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운영기지”라고 평가했다.

보고서 작성자인 네이선 프레이어 미 육군대학원 교수는 VOA에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를 제언한 게 아니다”면서도 “미국의 자원이 무한하지 않고 북한과 중국의 위험 사이에 전략적 선택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중국에 초점을 둔 전략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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