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교관이 뉴질랜드 근무 당시 현지 직원을 성추행했음에도 외교부가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해 외교문제로 비화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외교부는 현지 당국과 수사 협조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이라면서도, 외교관의 ‘면책특권’을 내세워 특정인을 보호하고 있지 않다고 29일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해당 외교관에 대해 ‘면책특권’을 주장한 적이 없고, 현재 뉴질랜드가 아닌 타국 공관에서 근무 중이기 때문에 면책특권의 대상도 아니다”라며 “외교부가 해당 외교관을 감싸고 있다는 의혹은 사실 무근”이라고 말했다.
이어 “뉴질랜드 당국과 공관 내 폐쇄회로(CC)TV 제공 범위, 공관 직원 조사 사항 등 수사 협조 부분에 대해 계속 협의해오고 있다”며 “다만 뉴질랜드 당국에서 조사를 받을지 여부는 본인이 스스로 결정할 부분이고 당국 간 협의사항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도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외교부는 특권면제를 거론하며 특정인을 보호하고 있지 않다”며 “뉴질랜드 측과 소통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뉴질랜드 방송 뉴스허브는 지난 25일 지난 2017년 말 한국 외교관 A씨가 주뉴질랜드대사관에서 근무할 때 세 차례에 걸쳐 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지만 한국 정부가 협조하지 않아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A씨는 자신의 혐의를 줄곧 부인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뉴질랜드 경찰이 지난해 수사를 시작했지만 한국 대사관이 현장검증이나 CCTV 영상 제출, 직원 인터뷰 등을 거부하는 등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다고 매체는 주장했다. 뉴질랜드 법원은 지난 2월 A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뉴질랜드 외교부가 한국 정부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우리 정부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A씨가 뉴질랜드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을지는 본인이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이상진 주뉴질랜드 한국대사도 뉴스허브와의 인터뷰에서 A씨는 유죄가 입증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될 권리가 있으며, 한국은 뉴질랜드 법을 존중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아울러 A씨가 뉴질랜드로 되돌아오는 결정은 A씨에게 달려있다고 했다.
외교부는 앞서 감사를 통해 A씨에게 1개월 감봉 징계를 내린 바 있으며, 현재 A씨는 다른 국가 공관의 총영사로 근무하고 있다. A씨가 타국 공관으로 자리를 옮겼기 때문에, 뉴질랜드 당국에 면책특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 외교부 설명이다.
A씨의 성추행 의혹은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에서 이례적으로 이 사안을 언급해서 더욱 논란이 됐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아던 총리가 문 대통령과의 통화 말미에 자국 언론에 보도된 성추행 사건을 언급했고, 이에 문 대통령은 “관계부처가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처리할 것”이라고 답했다.
외교부는 정부 입장과 대응계획에 대해 “아직까지 사안에 대한 사실관계가 확정되지 않았고, 개인정보 보호의 필요성 등을 감안해 현 단계에서 답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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