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불참속 상임위 일사천리 통과… 소위 심사-토론 등 입법절차 무시
임대차법 30일 본회의 처리 방침
“힘으로 의회 민주주의 무너뜨려”
브레이크 없이 폭주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29일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미래통합당의 불참 속에 일방적으로 처리했다. 전날 ‘부동산거래신고법 개정안’에 이어 민주당이 추진해 온 ‘임대차 3법’이 발의 2개월여 만에 모두 국회 상임위를 일사천리로 통과한 것. 민주당은 또 이날 오후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 선출을 위한 ‘공수처법 후속 3법’도 강행 처리했다. 상정된 공수처 후속 3법이 의결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18분에 불과했다.
176석 의석수를 앞세운 슈퍼 여당의 ‘힘의 정치’ 속에 △소위 심사보고 △법안 축조심사 △반대토론 △비용추계서 첨부 등 국회법상 입법 절차는 전부 실종됐다. 민주당이 1987년 개헌 이후 유지돼 온 국회 생태계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오전 법제사법위원회가 개의 2시간 만에 의결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기존 2년 계약이 끝나더라도 세입자가 요구하면 추가로 2년 계약을 연장할 수 있도록 ‘2+2년’을 보장한다. 임대료 상승 폭은 직전 계약 임대료의 5% 내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통해 상한을 정하도록 했다. 민주당은 30일 본회의에서 개정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빠르면 다음 달 4일 열리는 국무회의 공포를 거쳐 새로운 계약갱신요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가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통합당은 “민주당이 국회 절차를 완전히 무시했다”며 반발했다. 통합당 법사위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이날 “오전 8시 29분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의안시스템에서 처리된 것으로 나타난다”고 반발했다. 이는 백 의원의 개정안이 ‘위원장 대안’으로 병합되기 위한 논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처리(대안 반영 폐기)됐다는 뜻이기 때문. 백 의원은 이에 대해 “업무상, 시스템상 착오”라고 해명했다. 통합당 의원들은 “민주당 다 해 먹어라”, “이게 독재다”라고 소리치다가 결국 퇴장했다.
이날 오후 열린 운영위원회에서도 민주당은 통합당을 철저히 배제한 채 공수처법 후속 입법을 처리했다. 통합당은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며 회의 연기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전원 퇴장했다. 민주당은 통합당 퇴장 직후 상정한 △인사청문회법 개정안 △국회법 개정안 △추천위 운영 등에 관한 규칙(운영규칙) 등을 18분 만에 일사천리로 처리했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민주당이 상임위 토론을 더 나은 대안 및 보완책을 찾기 위한 과정이 아닌 법안 통과를 위한 절차로만 보고 있다”며 “여당이 국회 본연의 기능을 스스로 포기하고, 오히려 민주주의에 위협이 되는 꼴”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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