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 교착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최근 연간 13%씩 3년간 인상하는 새로운 안을 역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한미관계에 정통한 워싱턴 소식통과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비건 부장관은 지난 7~9일 방한 당시 우리 정부에 이러한 제안을 전달했다.
워싱턴 소식통은 “미국 정부가 유효기간 3년에 연 13%씩 올리는 안을 전달했으나 양측간 이견으로 결국 결렬됐고 계속 협의를 지속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달 초 방한한 스티브 비건 국무부 부장관이 전달한 이 안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을 거쳤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11월 대선을 앞두고 외교적 성과가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이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미측의 새로운 안에 대해 우리 정부는 ‘수용 불가’ 입장을 견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실무진에서 잠정적으로 합의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거부한 것으로 알려진 기존안이 마지노선이라는 것이다.
한미 방위비 협상팀은 지난 3월 10차 분담금 1조389억 원에서 첫해 13% 인상한 뒤 2024년까지 연간 7∼8% 상승률을 적용하는 안에 대해 잠정 합의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끝내 거부했다. 이후 미측은 50% 인상에 가까운 ‘총액 13억 달러(약 1조5900억원) 유효기간 1년’안을 제안했으나 우리 측이 이를 거부한 뒤 협상은 수달째 공전을 거듭해왔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는 “저희로서는 기존안이 맥시멈이었기 때문에 고려할 수 없는 안”이라고 말했다.
미측이 제시한 ‘3년간 연 13% 인상안’은 양측의 기존안에서 유효기간과 인상률을 절충한 안으로 보여진다. 3년간 연 13% 인상률을 일괄 적용할 경우 총 인상률은 당초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였던 50%에 거의 근접하게 된다.
신범철 한국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최종치 50% 인상을 앞세워 자신의 승리로 홍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수용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며 “미측은 나름대로 실리를 챙겼다고 평가하겠지만 우리로서는 과도한 안”이라고 평가했다.
우리 측 거부로 결국 결렬됐음에도 이 안이 주목되는 이유는 미국의 역제안 자체가 11월 대선을 앞두고 방위비 협상을 타결 짓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해리 카자니아스 미 외교 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의 편집장은 뉴스1과 서면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과의 방위비 협상 타결에 낙관적 입장이었으나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혼란으로 초조함이 가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28일 발표한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도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과 방위비 협상을 염두에 둔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대선 전 성과가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방위비에서 미사일 지침 개정에 상응하는 ‘성의 표시’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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