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안보정보원'으로서 대외 정보에 집중
정치 개입 시 처벌 강화, 공소시효도 폐지
감사원 감사, 국회 예산안 감시 가능해질듯
집행통제심의위 설치 등 내부 통제 강화도
국정원장 국회 임명동의 및 임기제는 제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30일 ‘권력기관 개혁’ 당정청협의를 갖고 국가정보원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개혁안은 국정원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개칭해 투명성을 강화하고, 국내 정치 참여를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관련 법안은 연내 통과를 목표로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이 발의할 예정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공약을 통해 ▲국내 정보수집 및 수사기능 폐지 ▲명칭 개편 ▲정치개입 처벌 강화 ▲국회 통제장치 강화 ▲정보기관장 국회 임명동의 및 임기제 검토 등의 국정원 개혁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번 국정원 개혁안은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에 기반한 것으로 대외안보정보원 개편을 통해 향후 국회의 민주적 통제를 받는 대외안보 전문기관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게 당정청의 설명이다.
◇‘대외 안보’ 업무에 집중
당초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은 국정원 명칭을 ‘해외안보정보원’으로 변경하는 것이었으나 당정청은 논의 끝에 대외안보정보원으로 개칭키로 했다.
이는 국가와 관련된 대내외 정보를 모두 수집하는 업무범위를 ‘대외 정보’로 국한해 국내 정치 개입이라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이에 따라 국정원 직무범위상 국내 정보 및 대공수사권은 삭제되고 경찰로 대공수사권이 이관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단행된 IO(국내정보수집) 폐지도 제도화한다. 정부가 ‘국내정보 담당관제’를 폐지하고 국정원 내에 국내정보수집 전담조직도 없앴으나 국정원법상으로는 여전히 가능한 업무라 법 개정이 필요하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정부는 지난 2017년 11월 이같은 내용을 담은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이후 2018년 1월 김병기 민주당 의원은 국정원이 마련한 개정안보다 정보수집 범위를 축소하는 진일보한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수사기능 폐지에 반대하는 야당에 막혀 논의가 진전되지 않았다.
21대 국회에서 관련법이 개정되면 국정원의 국내정보 수집 금지가 제도화되면서 ‘불가역적’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 개입 시 처벌 강화
당정청은 국내정보 수집 금지에서 한 발 나아가 정치 개입 등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도 강화한다.
과거 여러 차례 문제가 됐던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 선거 개입, 간첩 조작, 종북몰이 등 4대 공안범죄에 가담한 조직과 인력에 대한 처벌 강화는 대선공약에도 명시돼 있다.
처벌 강화 수준은 민주당이 20대 국회에서 제출했던 국정원법 개정안의 내용이 일부 준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18년 발의된 ‘김병기안’은 국정원 직원이 정치 관여, 직권 남용, 불법 감청의 범죄를 범할 경우 20년의 공소시효를 적용하고 10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같은 해 박홍근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국정원법 개정안 역시 정치 관여, 불법감청 등의 죄에 대해 기존의 처벌 조항을 강화하거나 신설하고, 특히 정치 관여죄에 대해서는 공효시효를 적용하지 않는 방안을 담았다.
21대 국회에 제출될 개정안도 이 같은 ‘강력 처벌’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감사원의 외부 통제 강화
당정청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감사원 등의 외부통제 강화’ 계획도 발표했다. 세부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박홍근안’을 토대로 유추할 수 있다.
당시 개정안에는 국회가 본회의 의결로 국정원에 대한 감사원의 비공개 회계검사를 요구할 수 있고 감사원은 감사결과를 3개월 내에 대통령과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국정원의 모든 예산에 관한 실질심사가 가능하도록 국회 정보위원회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세부 자료를 제출하도록 하고 예산의 목적외 사용을 금지했다.
이 같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 등을 통해 그간 ‘깜깜이 예산’으로 비판받아 온 국정원 예산에 대한 국회 차원의 감시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내부 통제 강화…집행통제심의위원회 운용
당정청은 감찰실장 직위 외부개방 및 집행통제심의위원회 운용을 통한 국정원 내부통제 강화도 약속했다.
국정원 ‘빅5’ 자리 중 하나로 꼽히는 감찰실장은 내부 감찰과 징계, 공직기강 확립 등을 총괄한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통상 국정원장 측근이 맡는 자리였던 감찰실장에 외부인사를 임명해 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더해 감찰실장을 외부에 공개해 내부 감찰의 투명성을 한 단계 강화할 방침인 것으로 풀이된다.
집행통제심의위원회 설치는 예산 투명성을 높이는 장치다.
‘김병기안’에는 집행통제심의위원회 설치로 정보감찰관이 내부 감사와 감찰을 강화해 국정원 예산 집행의 투명성을 높이는 내용이 담겨있다.
개정안은 심의위가 특수사업비와 정보사업비를 비롯한 예산 운용 및 사업계획 변경 등의 업무를 담당하게 되며 일정 규모 이상의 예산을 변경할 경우 정보위에 보고하도록 했다.
◇정보기관장 국회 임명동의·임기제 검토는 빠져
다만 이날 발표된 국정원 개혁안에서 당초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정보기관장 국회 임명동의’와 ‘임기제 검토’는 빠졌다.
현재는 국정원장도 다른 장관과 마찬가지로 국회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여부와 무관하게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이를 국무총리와 마찬가지로 국회 동의가 있어야 임명 가능하도록 한다는 게 당초 공약이었다.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국정원장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는 대선공약에는 있었으나 이후 국정과제와 총선공약에서는 빠졌다”며 “국정원장 직의 특수성을 고려했을 때, 대통령의 임명권을 제한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정원장 임기제와 관련, 김 의원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임기제에 대한 다양한 이론이 있다”며 “임기가 정해진 부처의 장들은 예외없이 그 부처 출신인데 그러면 국정원 출신이 국정원장이 돼야 한다. 임기를 제한하면 출신을 제한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권에 흔들리지 않도록 임기를 6년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등 이견이 많다”며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니까 법안 발의 후 논의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김 의원은 국정원법 개정안의 연내 통과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수사기능 폐지를 제외하고는 20대 국회에서 상당한 의견 접근을 이뤘다”면서 “박 국정원장이 적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어 통과될 희망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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